오는 11일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개최
美 연준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소폭 비둘기파적인 성향으로 금리 동결할 가능성 높아”
일각에선 시장 기대 다소 과도하다는 시각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전경/사진=한국은행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전경/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둔 가운데 시장에서는 8연속 동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그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던 ‘매파적 동결’ 기조가 다소 완화되면서 ‘비둘기파적 동결’로 돌아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새해 첫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회의에서도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3.5%로 8연속 동결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좌우하는 물가가 여전히 3%를 웃돌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 섣불리 금리를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그간 기준금리 동결을 지속하면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던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올해 들어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9월과 10월에 이어 12월에도 세 번째 금리 동결을 결정한 데 이어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지난 12월 미 연준위원들의 금리 전망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 연말 연방금리 전망치는 4.50~4.75%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준이 내년에 현재 5.25~5.50%인 기준금리를 3회에 걸쳐 0.75%포인트가량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진욱 씨티은행 연구원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한은 금통위가 소폭 비둘기파적인 성향으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각각 3.3%, 3.2%로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면서 한은의 물가 안정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 또한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건설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한은이 고금리 기조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3개월 내 금리 인상 옵션을 열어두는 금통위원이 1~2명 내외로 크게 감소할 수 있다”며 “기자간담회에서 간접적으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는 의중을 드러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긴 했으나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가 2%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물가가 높다는 점이 그 근거다.

채현기 흥국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2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를 기록하며 여전히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와 거리가 있다”며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으나 현재의 한미 금리 역전 폭(2.0%포인트) 등을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은 “최근 시장의 기대가 다소 과도하게 앞서 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고 선반영된 부분도 적지 않아 연준의 영향력과 지배력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올해 한은이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6:4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과 주변 환경이 연준보다 금리 인하의 명분을 먼저 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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