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CES 2024 이벤트 앞두고 증권사 리포트 목표주가 줄상향
2021년 당시 10만 전자 열풍에 코스피 3000 돌파···‘개미 낚기’ 의심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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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증권가 리서치센터들이 새해 들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목표주가를 10만원 이상으로 제시하는 증권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잇따라 ‘10만 전자’를 내세운 것은 지난 2021년 초 이후 3년 만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발표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 개최가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새해부터 약세로 전환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3년 전 삼성전자 상투(고점매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보내고 있다. 당시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제시했던 10만 전자 구호에 속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 목표주가 줄상향하자마자 하락 전환?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0.13% 하락한 7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앞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무려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심지어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에 배당락일에도 주가가 상승했다. 이를 통해 7만29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일 7만9600원에 장을 마치며 8만원 회복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3일부터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세가 멈췄다. 3일 3.27% 급락했고 4일에도 0.52% 하락했다. 5일에는 보합세를 보였고 이날도 하락세가 다시 이어졌다.

삼성전자 주가가 약세로 전환하면서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했던 국내 증권사들은 머쓱한 상황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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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4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같은날 삼성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9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높였다.

3일에는 미래에셋증권이 목표주가를 기존 9만원에서 10만5000원으로 대폭 상향했고 4일에는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목표주가를 각각 9만4000원→9만9000원, 9만5000원→10만원으로 높였다.

5일에는 DS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목표주가 상향에 동참했다. DS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2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올렸고 NH투자증권도 9만원이었던 목표주가를 9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증권사들이 내세운 목표주가 상향 근거는 9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발표와 CES 2024 개막이었다.

실적발표를 앞두고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면서 올해 삼성전자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직전 분기 대비 메모리 출하량이 크게 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면서 반도체(DS) 부문 적자폭을 줄인 것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ASP는 전분기 대비 DRAM은 15%, NAND는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바탕으로 DRAM은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ES 2024를 통해 공개되는 다양한 인공지능(AI) 기술이 반도체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삼성전자 역시 CES 2024 직후인 오는 17일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적용된 갤럭시 S24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갤럭시 S24는 2016년 갤럭시 S7 이후 8년 만에 최대 판매량 (3600만대)이 추정되어 향후 2년간 점유율 55%로 향후 온디바이스 AI폰 시장 확대를 주도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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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월 ‘10만 전자’ 악몽 재현?

일각에서는 증권사 리포트를 믿고 추격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3년 전인 2021년 1월 당시 고점 매수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2020년 연말부터 주가가 급등하더니 마지막 거래일에는 8만원을 넘어섰다. 2021년 초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세를 이어가자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반도체 업계에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올 예정이라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당시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과거 반도체 슈퍼사이클 때와 마찬가지로 D램 가격 상승에 앞서 향후 몇 달간 삼성전자 주가도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리포트를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2021년 1월 11일 9만1000원으로 사상 처음 종가기준 9만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주가 급등에 코스피는 3000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그러나 그것이 역사상 고점이었다. 그해 1월 15일 장중 9만 6800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기준으로 9만원을 넘은 것은 2021년 1월 11일과 12일 단 이틀뿐이었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장기 하락세로 전환했고 2022년 9월까지 하락이 지속되며 4만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2021년 초 당시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TSMC를 추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지금까지도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연금의 리밸런싱도 전혀 예상치 못한 악재였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주가 급등으로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 비중이 너무 높아지자 대규모 매물을 쏟아냈다. 2021년 1분기에 국민연금이 팔아치운 삼성전자 주식은 3417만9528주(1.8%)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무려 5조30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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