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신기술 관련 부품 및 팹리스 기업에 수급 쏠림
챗GPT·HBM 넘어 온디바이스AI·CXL 등 세분화···오킨스전자도 고공행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새해 들어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제주반도체를 필두로 SFA반도체, 네오셈, 오킨스전자 등 반도체 부품기업들의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부품기업들의 주가 상승 배경에는 조만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신기술이 대거 공개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갤럭시S24 등 신작 스마트폰을 통해 공개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과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는 올해 인공지능 산업을 이끌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반도체, SFA반도체, 네오셈, 오킨스전자 등은 이러한 온디바이스 AI 및 CXL과 밀접한 사업을 하고 있어 새해 주가 상승세가 한층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 제주반도체 필두로 반도체 부품株 고공행진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반도체 주가는 이날 2.66%(480원) 상승한 1만8520원에 장을 마쳤다. 제주반도체 주가는 새해 첫날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반도체 주가는 지난해 11월초까지 4000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불과 두 달 만에 4배 이상 급등했다. 시가총액도 어느덧 6379억원으로 늘어났다.

제주반도체는 삼성전자 출신 박성식 대표가 2000년 설립한 반도체 팹리스 업체다. 사물인터넷(IoT)기기, 가전제품, 통신장비 등에 탑재되는 저전력, 저용량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현재 퀄컴과 미디어텍 등에 저전력 반도체(LPDDR)를 납품하고 있다. 당초 사명은 이엠엘에스아이(EMLSI)였으나 제주로 본사를 이전했고 2013년 사명을 제주반도체로 변경했다.

SFA(에스에프에이) 자회사인 SFA반도체 주가 역시 새해 들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SFA반도체 주가는 전날 장중 70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SFA반도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기업에 반도체 패키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패키징 공정은 반도체 칩에 전기적 특성 등을 전달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칩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후공정 작업을 말한다.

SFA반도체는 1998년 삼성전자 온양공장이 분사돼 설립된 STS반도체통신이 모태다. STS반도체통신은 2015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는데 SFA가 인수했다.

오킨스전자 주가 역시 상승세가 돋보인다. 지난해 12월 12일 3955원이었던 오킨스전자 주가는 지난해 9000원에 장을 마쳤는데 새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지속됐고 이날 결국 1만원에 장을 마쳤다.

오킨스전자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 출신 전진국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반도체용 소켓을 전문으로 한다. 번인 테스트(TDBI)에 사용되는 번인 소켓과 파이널 테스트에 사용되는 테스트 소켓 모두를 양산하며 번인 소켓의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네오셈 역시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해말 7850원이었던 네오셈 주가는 이날 1만980원에 장을 마쳤다.

네오셈은 2002년 4월에 설립된 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업체로 저장장치인 SSD(Solid State Drive)와 MBT(Monitoring Burn-in Tester)에서 양품 및 불량을 구분하는 검사장비를 전문으로 한다.

제주반도체, SFA반도체, 네오셈, 오킨스전자 외에도 퀄리타스반도체, 두산테스나, 엘오티베큠, 코리아써키트 등 다른 반도체 관련 부품주들의 주가도 새해 약세장 속에서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 챗GPT→HBM 이어 온디바이스·CXL?

반도체 부품주들의 고공행진의 배경에는 CES 2024에서 인공지능 관련 신기술들이 공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CES 2024에서 엔비디아와 인텔, 퀄컴 등 AI 기술 중심에 위치한 기업들의 기조연설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기에 관련 종목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초 챗GPT를 통해 생성형 AI기술이 소개된 이후 하반기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이 주목받으며 한미반도체 등 HBM 관련 종목들의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다.

올해는 온디바이스 AI와 CXL이 주목받을 것으로 증권가는 바라보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서버나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 및 연산하는 기술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탑재된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S24를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온디바이스 AI를 위해서는 단말기기에 저전력 LPDDR 및 AI IoT 구축이 필수적이다. 제주반도체는 퀄컴과 미디어텍 5G IoT 칩셋의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업체로서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반도체를 잇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CPU 1개당 사용할 수 있는 D램이 제한된 기존 방식과 달리 여러 인터페이스를 하나로 통합해 각 장치간 직접 통신이 가능한 기술이다. 기존의 한정되어 있던 메모리 규격에서 벗어나 종류나 용량과 성능에 관계없이 어떤 메모리도 탑재할 수 있기에 서버 한 대당 메모리 용량을 8~10배 이상 늘릴 수 있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가 가능하다.

CXL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데 오킨스전자는 삼성전자의 인터페이스 시스템 협력업체라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AI 기술은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기에 네오셈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네오셈은 SSD검사장비 글로벌 점유율 1위 업체로 기존 하드디스크(HDD)에서 고성능 및 대용량 SSD로 교체 수요가 급증하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신 규격인 Gen 5 SSD 테스터 양산용 장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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