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리스 시장점유율 경쟁 치열
시몬스 ‘침대 없는 광고’ 전략 내세워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트리스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간 빅2 체제를 형성했던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의 점유율도 하락하는 형국이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형제 기업끼리 선의의 경쟁을 펴게 된 가운데 시몬스는 에이스침대를 맹추격하면서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뿌리가 같은 형제 회사다. 에이스침대 창업자 고(故) 안유수 회장이 미국 시몬스의 상표와 기술을 이전받은 뒤 국내 시몬스를 설립했다. 후계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2001년 에이스침대는 장남 안성호 대표, 2002년은 안정호 대표에게 시몬스 경영권을 승계했다.

에이스침대, 시몬스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에이스침대, 시몬스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수면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면서 종합 가구 회사들까지 매트리스 시장 선점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한샘은 침대 매트리스 브랜드 포시즌,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 인수로 판을 키우고 있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과거 국내 침대 시장에서 6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빅2를 형성했지만, 최근 점유율은 40%가량으로 하락했다. 이로써 형제 기업인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불가피하게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수면 시장 수요에 맞춰 프리미엄 매트리스를 내세우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가구업계 내 매트리스 시장 점유율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헀다.

특히 에이스침대와 시몬스 간의 경쟁은 실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에이스침대는 30년 넘에 업계 1위를 유지했지만, 최근 들어 시몬스가 턱밑까지 추격하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2022년 각각 3462억원, 285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양사의 격차는 604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격차는 535억원으로, 1년 전(584억원) 대비 격차폭을 줄였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문에서 에이스침대가 시몬스를 앞서고 있지만, 시몬스의 성장세가 가파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간 양사는 ‘가격 인상’을 놓고 견제한 바 있다. 시몬스는 오는 8일 2년 만에 프리미엄 매트리스 라인과 침대 프레임 등 일부 제품 가격을 5~9% 인상할 계획이다. 그간 시몬스는 경쟁사가 잇단 가격 인상에 나설 때 홀로 ‘가격 동결’ 정책을 고수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가격 인상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시몬스가 지난 1월 가격 동결 정책을 밝히면서 에이스침대가 지난해 최대 20% 가격을 올렸고, 씰리침대와 템퍼도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다고 언급한 것이다.

가격 정책을 고수했던 시몬스는 소비자들에게 착한 기업 이미지를 심었다. 그 결과 올해 1월 매트리스 브랜드 평판서 시몬스는 1위를 차지했다. 매트리스 브랜드평판 순위는 시몬스, 템퍼, 지누스, 몽제 등 순으로 나타났다.

불가피한 가격 인상에 나서지만, 시몬스는 에이스침대와 다른 전략으로 올해 수익성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에이스침대는 ‘침대는 과학’ 카피를 다시 꺼내 매트리스에 집중하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최고급형 하드타입 매트리스를 출시하고 프리미엄 매트리스 라인업을 리뉴얼했다. 프리미엄 체험형 매장인 에이스스퀘어도 출점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시몬스는 핵심 사업인 매트리스 분야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분야로 매트리스를 드러내고 있다. 시몬스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시판되는 전 제품에 국내 공식 라돈안전인증기관인 한국표준협회(KSA)의 라돈안전제품 인증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라돈은 자연 방사성 물질 중 하나로 폐암의 요인으로 알려졌다.

시몬스는 매트리스를 5·6성급 특급호텔에 내세우고 있다. ‘특급호텔=시몬스’라는 공식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시몬스의 국내 주요 특급호텔 침대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시몬스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시몬스는 일명 ‘침대 없는 침대 광고’를 전략으로 밀며 젊은층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몬스는 팝업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선보였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굿즈와 시몬스가 지역사회에서 발굴한 식음료, 감각적인 공간구성 등을 구성해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끈 바 있다.

시몬스는 자사 공식 유튜브에서도 침대·매트리스 대신 ‘시몬스 스튜디오’를 통해 강연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침대 전문가가 출연하는 것 대신 의사, 교수, 연예인 등이 출연해 시몬스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실제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구글에서 에이스침대보다 시몬스 검색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7년은 시몬스가 전략을 새로 바꾼 해이기도 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침대는 자주 구매하는 제품이 아니여서 판매율이 낮은 편”이라며 “시몬스는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애착 관계를 형성해 자연스럽게 매트리스 구매 주기가 오면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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