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중견사, 포트폴리오 주택에 편중 탓 유동성 위험 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랑구의 한 모아타운 사업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랑구의 한 모아타운 사업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국내 중견건설사들의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기대감에 일감이 늘어날 게 기대됐지만 중견사에 대한 신뢰도 추락과 기피 현상으로 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중견건설사는 사회간접자본이나 플랜트, 토목, 해외사업 등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있는 대형건설사들과 달리 국내 주택사업에 편중돼있는 경우가 많아 올 한해 대형사와 중견사 간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분양물량 중 10대 건설사 사업장 비중은 36.9%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25.4%, 직전해인 2023년 32.7%였던 점에 견주어보면 불과 2년 사이에 10%p 이상 높아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중견사의 입지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좁아졌다.

사정은 이렇지만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중견사도 새해 일감 확보에 대한 기대감에 차있었다. 정부가 소규모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활성화를 공언한 영향이다.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중랑구의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지를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는 재정 지원과 이주비 융자 확대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의 정비사업 활성화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모아타운 및 재개발·재건축 후보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통상 소규모 정비사업에는 대형사가 입찰하지 않기 때문에 중견사들의 주요 먹거리가 된다.

그러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중견사의 유동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일감 확보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사업 주체인 조합이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을 꺼려서다. 한 모아타운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작으니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중견사가 입찰에 들어올 텐데 신용도 떨어지는 곳과 한배를 탔다가 자칫 잘못되면 피해만 커지면 안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책적 지원이 많아도 사업의 시행 주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중견사들의 주요 먹거리인 일감도 증가할 수 없다.

중견사들의 PF 성사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주택경기 위축에 공사비 상승, 금융비용까지 높아져 준공과 분양 리스크가 부각되다보니 자금력과 신용도를 갖춘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사업 위주로만 PF가 성사되는 추세다.

실제 중견사들과 달리 대형사들은 올 한해 먹거리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압구정, 한남, 여의도, 목동 등 대규모 정비사업장의 시공권 입찰 일정이 올해 대거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침체된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가열찬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른다.

업계에서는 중견사들이 이 같은 이유로 힘겹게 보릿고개를 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견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일으켜 분양을 하는 주택에 매우 편중돼있다. PF 부실 여파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사태가 다른 중견사들에게도 적잖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사는 대형사와 경쟁이 안되니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서울 소규모 등 사업의 질이 좋지 않은 곳 중심으로 일이 몰려있다”며 “주택경기 위축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을 때에는 건설사 간 양극화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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