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중 보잉 6대, 에어버스 4대 꼴
보잉 ‘내구성’, 에어버스 ‘기술력’ 각각 호평

국적 항공사별 운행 항공기 제조사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적 항공사별 운행 항공기 제조사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적 항공사들이 최근 글로벌 양대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 에어버스 중 보잉의 항공기를 더 많이 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 중 대형항공사 2곳, 주요 LCC 6곳 등 8곳이 이날 현재 등록한 항공기 대수는 384대로 집계됐다. 대한항공 166대, 아시아나항공 81대, 제주항공 42대, 티웨이항공 30대, 진에어 27대, 에어부산 22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서울 6대씩 운행 중이다.

제조사별 대수는 보잉 234대, 에어버스 145대다. 나머지 4대는 캐나다 봄바디어, 미국 세스나 등 비즈니스용 제트기 전문 제조사의 기재로 모두 대한항공이 운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보잉 787-9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직원들이 대형 여객기 보잉 787-9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제조사별 항공기 대수는 보잉 234대(60.9%), 에어버스 146대(38.0%) 등으로 보잉이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보잉 항공기가 더 많이 등록된 것은 가장 많은 기재를 띄우고 있는 대한항공 덕분이다. 대한항공은 보잉 106기, 에어버스 56기씩 투입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가 운행 중인 항공기도 모두 보잉 제품이다.

이에 비해 아시아나항공(59대)은 에어버스를 더 많이 확보했고 자회사 2곳인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모두 에어버스 항공기를 임대 중이다. 대형항공사 계열이 아닌 제주항공은 모두 보잉 항공기로 여객, 화물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고 티웨이항공도 보잉기(27대)를 훨씬 더 많이 운행하고 있다.

B737-8. /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의 보잉 737-8 여객기. / 사진=제주항공

◇보잉파 “항공기는 내구성”

보잉을 선택한 항공사들은 에어버스보다 수십년 일찍 창업한 보잉의 기술력과 품질에 더 큰 신뢰를 보이는 경향을 보였다. 1916년 미국에서 설립된 보잉은 군용 항공기 사업으로 사세를 확장하다 또 다른 항공기 제조사 맥도넬 더글라스와 합병한 후 상업용 항공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합병 후 처음 개발, 테스트까지 성공한 상업용 비행기에 숫자 7을 붙이는 항공기 명명 전략을 지금까지 이어오며 브랜드를 널리 알려왔다. 이어 다양한 제원의 항공기를 개발해 세계에 공급했다.

보잉 항공기의 주요 장점으로 내구성이 좋아 정비 소요가 줄기 때문에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점이 언급된다. 국내 A항공사 관계자는 “A항공사가 보잉 기종을 채택한 것은 앞서 업계에서 품질로 인정받아 온 점이 크게 작용했다”며 “한국 항공 역사 초반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잉기를 많이 들여왔고 인적 자원 등 인프라도 보잉 위주로 확충돼 왔다”고 설명했다.

진에어 대형기 B777-200. / 사진=진에어
진에어 보잉 777-200 여객기. / 사진=진에어

업계 후발주자인 저비용항공사(LCC)들 중 일부도 보잉의 전통적인 시장 입지를 고려해 보잉을 선택했다. LCC는 기업 특성상 최초 선택한 제조사와 꾸준히 거래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형항공사에 비해 작은 규모를 갖췄기 때문에 단일 제조사나 단일 기종을 선택해 정비, 관리, 운영 등 측면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해서다.

제주항공이 대표 사례다. 제주항공은 지난 2018년 보잉과 B737-8을 50대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보잉을 선택한 후 공격적인 기단 확대 전략을 유지하며 1위 LCC로 빠르게 성장했다.

LCC 업계 관계자는 “에어버스가 넓은 실내공간을 갖춘 등 좋은 내부 요소들을 갖췄다고는 한다”면서도 “일반적으로 보잉기의 내구성이 좋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각각 운행 중인 에어버스 여객기. 사진=각 사
(왼쪽부터)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각각 운행 중인 에어버스 여객기. 사진=각 사

◇에어버스파 “양사 품질 비슷”

에어버스파는 쾌적한 실내 환경과 첨단 설계 등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이 보잉의 독주를 막으려는 취지로 1969년 합작 설립한 에어버스는 자동화, 첨단화한 구조를 갖춘 항공기를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항공기에 전자식 제어 시스템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by-wire)’를 도입해 조종 편의, 안정성을 강화했다.

기계식 구조로 구성돼 조종사가 수동으로 비행기를 적극 제어하는 보잉 항공기와 대조된다. 업계에서 잘 알려진 문장 ‘보잉은 비행기에 컴퓨터를 달았고, 에어버스는 컴퓨터에 날개를 달았다’는 표현으로 양사 기재의 특징이 구분된다는 분석이다.

B항공사 관계자는 “보잉이 비교적 디자인에서 약하지만 튼튼한 갤럭시 스마트폰을 닮았다면 에어버스는 내구성보다 세련미에서 점수받는 아이폰에 비유된다”고 귀띔했다.

티웨이항공의 대형 항공기인 에어버스 330-300. / 사진=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의 대형 항공기인 에어버스 330-300. / 사진=티웨이항공

◇보잉=갤럭시, 에어버스=아이폰에 비유···업계 “여건맞춰 선정”

국적 항공사들은 ‘보잉이냐 에어버스냐’라는 질문에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항공사마다 취항 노선, 기재 도입 시점, 협상력, 인력, 그룹사 운영 효율 등 요소별로 다른 여건에 처했기 때문에 ‘최적의 항공기 제조사’에 정답이 없다는 관측이다. 취항지까지의 거리에 적합하거나 원하는 시점에 도입 가능한 기재를 찾기도 하고, 더 나은 거래 조건을 확보하거나, 기존 기재 운영 환경에 맞춰 제조사를 채택한다는 뜻이다.

두 제조사 항공기를 혼용하는 대형 항공사뿐 아니라 LCC들도 최초 간택한 제조사를 중심으로 기단을 꾸려왔지만, 구성이 바뀔 여지는 언제든 존재하는 상황이다.

티웨이항공이 그간 보잉 항공기만 사용하다 지난해 3월 에어버스의 중장거리용 A330-300를 처음 도입한 것이 그간 업계 관행을 깬 대표적 사례다. 당시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추진하던 중, 코로나19 시국 속 해당 기재의 리스 비용이 낮아진 점을 고려해 전격 도입했다고 밝혔다. 티웨이항공은 국적 LCC 중에서는 처음 두 제조사 기재를 함께 도입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구입 시 제조사 선택 기준을 별도로 두지는 않는다”며 “노선 운영 계획에 따라 여러 항공기를 검토하고 최적의 항공기를 수배해 들여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C항공사 관계자는 “운항 측면에서 양사 동급 항공기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공사들이 기재 도입 협상 과정에서 통상 양사와 모두 접촉하며 조건 없는 일방적 거래는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여객기인 보잉 737-8(왼쪽), 에어버스 321NEO. /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의 여객기인 보잉 737-8(왼쪽), 에어버스 321NEO. / 사진=대한항공

◇해외 전문 매체들 “제조사 우열 가리기 어려워”

해외 전문가들도 양사 항공기를 공평하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캐나다 항공 전문 매체 심플플라잉은 “에어버스 A320 제품군은 최신 및 기술적으로 진보된 설계를 활용하는 반면 보잉은 737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한 인프라와 자원의 용이성을 누리고 있다”며 “양사 중 어느 쪽의 항공기가 나은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애비에이터 인사이더는 “양사 항공기는 기종에 따라 매우 유사하고 세대별로 우열이 가려지기도 한다”며 “항공기의 편안함은 항공사가 요청한 구성이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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