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T, 비만·ADC와 함께 신약 개발 3대 트렌드···2026년 72조원 규모로 고성장 전망
알지노믹스·코오롱생명과학, CGT 주요 개발 분야 암 파이프라인 보유···높은 확장성
툴젠·진코어, 유전자 가위 기반 기술 보유···희귀질환부터 안질환 CNS까지 연구개발

./사진=셔터스톡, 프로스트앤설리번
세포·유전자 치료제(CGT)가 연평균 40%가 넘는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사진=셔터스톡, 프로스트앤설리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비만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함께 차세대 신약 개발 트렌드 3대 분야 중 하나로 꼽히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연구개발이 국내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 타깃하는 분야는 주로 암과 희귀질환이다.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목받을 차세대 신약개발 트렌드 분야는 비만치료제, ADC, CGT 등이다. CGT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데이터가 최근 의료 산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24년 제약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산업 트렌드’에 꼽히기도 했다. 

◇글로벌 CGT 시장 2026년 72조원 규모···연평균 49.1% 고성장

CGT는 유전물질을 인체로 전달하거나 유전물질이 변형,도입된 사람 또는 동물의 세포를 인체로 전달하는 치료제를 뜻한다. 면역·줄기세포 기반의 세포치료제(Cell therapy)부터 유전자치료제(Gene Therapy)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Gene modified cell therapy), 유전자 교정 세포치료제, RAN 치료제,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등이 모두 CGT에 속한다.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키메릭항원수용체)-T 치료제도 CGT 중 하나다. 카티 치료제는 환자의 T세포(면역세포)를 뽑아 암세포를 인식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후 배양해 다시 환자의 몸에 투약하는 방식이다.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및 ‘테카투스’, BMS의 ‘브레얀지’ 등이 대표적인 카티 치료제로, 현재 CGT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시판된 6종의 혈액암 대상 카티 치료제의 매출액은 총 2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CGT 시장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는 CGT 시장이 2026년까지 연평균 49.1%씩 성장해 2026년에 555억9000만 달러(약 72조3225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기간 합성의약품의 연평균 예측 성장률이 5.7%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성장세에 따라 CGT 연구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 유전자세포치료학회(ASGCT)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전임상~등록 전 단계에 있는 CGT·RNA 파이프라인은 총 3866개였다. 주요 개발 적응증과 분야는 암이다. 글로벌 데이터는 CGT의 주요 개발 적응증 및 분야는 계속해서 암이 될 것이며 시장의 44%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지노믹스·코오롱생명과학 암 적응증 CGT 개발 "확장성 크다"

국내 업계도 암을 적응증으로 CGT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유전자 치료제 기업 알지노믹스는 간암 치료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알지노믹스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리보핵산 치환효소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항암제 ‘RZ-001’이다. 

RZ-001은 텔로미어레이즈(hTERT) RNA를 표적하는 원리다. 텔로미어(Telomere)는 세포 속에 있는 염색체의 양쪽 끝단에 있는 부분으로, 세포가 분열되는 동안 세포를 보호,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분열이 지속될수록 텔로미어가 줄어들어 염색체가 짧아지며 노화가 진행된다. 

정상세포에서의 텔로미어는 점점 짧아지다가 얼마 남지 않게 되면 분열하지 않고 사멸한다. 그러나 암세포에서는 텔로미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레이즈가 과발현된 모습이 관찰된다. 과발현된 텔로미어레이즈가 텔로미어를 유지시킴에 따라, 암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분열하는 것이다. 

RZ-001은 암세포의 무한증식을 진행하는 텔로미어레이즈 유전자를 제거하고, 바이러스 유래 유전자를 집어넣어 항바이러스제가 암세포를 공격하게하는 이중 기능을 한다. 먼저 RZ-001은 텔로미어레이즈를 발현하는 RNA를 표적해 잘라버린다. 암세포를 증식하게 하는 텔로미어레이즈의 발현을 막아 암세포의 영속성이 유지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동시에 원하는 치료용 유전자가 발현되도록 한다. 자살유도 유전자 단백질을 발현하게한 후, 독성이 없는 화합물을 집어넣으면, 해당 화합물과 자살유도유전자 단백질이 만나 독성 물질로 변한다. 독성물질로 전환된 화합물은 즉각적으로 암세포를 사멸한다. 

알지노믹스 관계자는 “독성물질로 전환된 화합물은 추가적으로 암세포 주변으로도 퍼져나간다”며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은 주변 암세포로도 독성물질을 퍼트려, 모든 암세포에 RZ-001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주변 암세포까지 사멸을 유도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RZ-001은 국내와 미국에서 총 5건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상태다. 각각 간암과 뇌암을 적응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단독 투여로 임상 1/2a상을 2022년부터 진행 중이다. 지난 2일엔 RZ-001을 면역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 임상 1b·2a상 계획(IND)이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적응증 확장 가능성도 크다. 알지노믹스 관계자는 “텔로미어레이즈는 많은 암에서 과발현되어있다”며 “RZ-001은 텔로미어레이즈를 표적하는만큼, 텔로미어레이즈가 발현하는 암이라면 암종에 관계없이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상을 통해 간암에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관련 적응증으로 임상신청을 하게 됐다”며 “간암뿐 아니라 적응증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자료=각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각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코오롱생명과학은 신경병증성 통증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KLS-2031’과 고형암 적응증 파이프라인 ‘KLS-3021’을 개발 중이다. KLS2031은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를 이용해 서로 기능이 다른 3개 종류의 치료 유전자를 도입한 유전자치료 신약후보물질이다. 뇌로 가는 통증 시그널을 차단하고, 주변 면역 환경 개선하는 원리로, 요천추 신경근병증 치료제다. 

KLS-2031은 2019년 3월 미국 1/2a상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받은 후,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고형암 타깃 파이프라인 KLS-3021은 전임상 단계에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유전자 치료제는 진입 난이도가 높은만큼 국내에서 관련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은 손에 꼽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KLS-2031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미국에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3021은 비독성시험 중”이라며 “국내에서 받은 특허를 해외에서도 등록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해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툴젠·진코어 유전자 가위 기반 CGT 파이프라인 보유 

지난해 세계 최초로 허가를 받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반 치료제가 등장함에 따라,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도 주목된다. 최근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로 유전자를 편집해 질병을 고치는 유전자 가위 치료제 카스게비(미국명 엑사셀)가 영국에 이어 미 FDA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카스게비는 미국 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가 개발한 유전자 편집 치료제로, 중증 겸상 적혈구 질환을 앓고 있는 12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됐다. 카스게비는 특정 DNA에 결합하는 유전물질과 해당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을 결합한 형태로, 환자의 골수에서 혈액 줄기세포(조혈모세포)를 채취해 크리스퍼-캐스9 유전자 가위로 문제가 되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교정한 뒤, 다시 환자 몸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 기술에 대한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툴젠은 샤르코-마리-투스병, 혈우병B등 미충족 수요가 있는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툴젠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샤르코-마리-투스병을 적응증으로 하는 ‘TGT-001’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유전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25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손과 발의 근육 위축과 모양 변형,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의 상실로 보행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툴젠의 TGT-001은 현재 전임상 단계에 있으며, 미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툴젠 관계자는 “TGT-001 임상 진입에는 1~2년 정도 소요될 전망”이라며 “작년 말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으며, 글로벌 임상 시작을 위한 준비는 되어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TGT-001의 임상을 준비하며 생산을 위한 CDMO 계약체결 등에 대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코어는 초소형 유전가 가위 플랫폼 ‘TaRGET’을 자체 개발했다. 해당 플랫폼을 바탕으로 망막질환, 신경근육질환, 중추신경계(CNS) 관련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AAV 벡터(전달체)를 이용해 TaRGET 유전자 가위를 전달, 질병관련 유전자를 교정하는 방식이다. 진코어에 따르면 TaRGET는 크리스퍼-카스9 대비 작은 크기로 체내 전달률이 높다는 게 진코어측 설명이다. 

전통 제약사도 CGT에 역량을 쏟고 있다. 한미그룹은 CGT를 새로운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으로, 신규 연구 과제에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종근당 역시 CGT 등 신약개발 패러다임에 맞는 신규 모달리티 창출에 힘을 쏟는다고 밝혔다. GC셀은 CGT 초기 연구 단계부터 제품 생산과 상업화 과정까지 단계별 전문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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