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FDI 신고·도착 기준 모두 최대 실적···반도체·금융·중화권 투자 유입 ‘호조’
“정책효과” 자평 정부, 친기업 정책 속도 관측···경영계 “노동·세제 개혁 강화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금융·보험 등 서비스업과 반도체·이차전지 등 전기전자 분야 투자 유입에 힘입어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첨단산업육성정책 등 FDI 촉진을 위한 민관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한층 힘 받을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FDI 유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 세제 개편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단 조언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FDI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FDI는 전년 대비 신고기준 7.5% 증가한 327억2000만달러, 도착기준 3.4% 증가한 187억9000만달러로 각각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FDI 신고액을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은 사우디 국부펀드(PIF) 투자와 대형 금융·보험업 투자에 힘입어 전년 대비 7.3% 증가한 177억9000만달러였다. 제조업은 전년 최대형 석유화학 투자유치에 따른 기저효과로 4.5% 감소한 119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제조업 중에선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품목이 포함된 전기·전자 투자가 40억6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7.7% 증가했고, 자동차, 부품 등이 속하는 운송용 기계 투자가 17억6000만달러로 168.0% 급증했다. 

서비스업에서는 금융·보험 투자가 97억7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08.5% 급증한 반면, 정보통신(-47.3%), 도소매(-47.4%), 부동산(-28.6%), 운수·창고(-26.1%) 등 분야는 투자가 줄었다.

◇금융·보험 및 반도체·이차전지 투자 늘어···중화권 코로나 이전 실적 회복 

국가별로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에서 유입된 투자는 감소했으나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 

미국에서 유입된 투자는 전년 대비 29.4% 줄은 61억3000만달러, 일본의로부터의 투자는 14.7% 감소한 13억 달러였다. EU로부터의 투자는 17% 축소된 62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들 국가로부터의 투자 감소는 전년도 대형 투자에 의한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산업부 측은 “미국의 경우 대형 투자 프로젝트가 세율이 낮은 제3국을 경유하거나 합작 법인 소재국으로 신고되는 관행 때문에 신고 금액이 실제보다 다소 낮게 기록된 것”이라며 “경제효과가 큰 그린필드, 제조업 투자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중화권 투자 유입은 31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5.6%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투자가 크게 감소하기 전인 2000년(31억4000만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중국으로부터의 투자가 전년 대비 6.7% 늘어난 15억8000만달러였고, 홍콩발 투자는 11억7000만달러로 202.9% 급증했다. 대만에서 유입된 투자는 전년 대비 190% 증가한 3억8000만 달러였다. 

유형별로는 그린필드 투자가 전년보다 5.5% 증가한 235억4000만 달러를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인수·합병(M&A)형 투자는 12.9% 증가한 91억8000만달러였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외국인직접투자(FDI)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정부는 최대 FDI 실적 달성 요인으로 정부의 적극적 투자유치 활동과 투자환경 개선 의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민관 노력이 주효했다고 봤다. 

박덕열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민간이 5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게 잘 추진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관련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 외국인 투자 유입이 많이 되고 있다”며 “정부도 첨단산업을 적극 유치, 육성하겠단 정책을 계속 펴나가고 있고, 외국인투자 관련 인센티브 강화, 규제 혁파 등 외국인 투자 환경을 강화하는 정책들을 펼치면서 외국인투자자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전년 대비 30% 감소하는 등 글로벌 FDI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우리나라가 선전한 것은 산업구조적인 강점과 정부의 노력이 주효했단 설명이다. 다만, 올해의 경우 FDI 실적 하방요인이 존재한단 진단이다. 

박 정책관은 “지금 국제경제가 굉장히 좋지 않고 두 개 전쟁되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투자, 특히 기업 관련 투자는 현재도 중요하지만 장기 경기전망에 따라 투자를 하기 때문에 경제 불확실성을 더 높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 친기업 정책 강화 관측···“공급망 재편 기회, 노동·세제 개선 속도내야”

외국인투자기업의 국내 투자는 우리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외국기업들이 자신이 보유한 자본, 기술 등 생산요소를 국내에 이전하면서 고용, 수출 등에 플러스 효과를 준단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FDI를 더욱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계에선 우리나라에 대한 FDI에 비해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ODI) 비율이 경쟁국에 비해 훨씬 높단 점을 근거로, FDI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엔무역개발기구 자료를 보면 지난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FDI 대비 ODI 배율은 2.10배로 독일(1.88배), 캐나다(1.59배), 프랑스 (1.58배), 이탈리아 (1.22배), 영국(0.82배), 미국(0.72배) 등보다 높다.

경쟁국 대비 협소한 내수시장, 지정학적 리스크, 과도한 시장규제, 경직적 노동시장, 취약한 조세경쟁력 등이 대규모 투자가 국내보단 해외시장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란 지적이다.

이승용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분석팀장은 “외국인투자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오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규제완화 부분”이라며 “특히 임금, 근로시간, 고용 등 노동시장 쪽 규제가 다른나라에 비해 강하다보니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는데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 상속세 등 세제 부분도 기업의 연속성, 투자수익성을 저해하는 부분이 있다”며 “미중갈등으로 생산기반시설 이전 등 글로벌 공급망 개편이 이뤄지면서 반도체 등 업종에 있어선 우리나라가 FDI를 유치하는데 기회인 상황인데 속도감 있는 정책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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