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팩 주가 전부 공모가 밑돌아
합병 기대감 낮아지며 투자자 외면
올해 합병 사례 나올 것으로 보여 반전 가능성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증시에 연이어 등장했던 대형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청산된 스팩이 있는 한편 합병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올해 초 두 곳의 대형 스팩에서 합병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엔에이치스팩19호’가 최근 상장폐지됐다. 엔에이치스팩19호는 2021년 5월 상장한 스팩으로 공모금액만 960억원인 대형 스팩이었다. 당시 1000억원에 가까운 공모금액과 11년만의 코스피 스팩 상장이라는 점에서 큰 조명을 받았지만,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공모금액 200억원 이상인 대형 스팩은 업계의 큰 기대를 안고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모습은 눈길을 끈다. 규모가 큰 스타트업이나 중견 기업들의 우회 상장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발생했고 시장에 낯설었던 대형 스팩들이 연이어 상장된 것이다. 그동안 2010년 스팩 제도 도입 초기를 제외하면 100억원 안팎의 중·소형 스팩이 대세였다.

그러나 대형 스팩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그렇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주가에서 드러나는데 전날 기준 상장된 대형 스팩 7곳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스팩은 3년이라는 기간 동안 합병에 실패할 시 납입원금에 이자를 얹어 돌려준다. 이에 통상 스팩은 공모가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실제 지난해 3월 상장한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공모가가 1만원이지만 전날 9330원에 장을 마쳤다. 이보다 앞서 상장한 ‘삼성스팩7호’와 ‘삼성스팩8호’도 각각 9750원, 9470원을 기록해 공모가 1만원을 밑돌았다. ‘신한제11호스팩’과 ‘KB제27호스팩’은 투자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모가 2000원으로 상장했지만 각각 1865원, 1862원으로 공모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형 스팩의 합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스팩은 통상 공모금액의 5배를 넘어서는 몸값을 지닌 기업과 합병한다. 그런데 대형 스팩과 매칭될 수 있는 기업들의 경우 아직 직상장을 선호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난해 증시 반등과 IPO(기업공개) 시장 훈풍이 직상장 선호 현상을 더욱 짙게 했다는 평가다.

다만 상황 반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형 스팩의 합병 성공 사례가 올해 연이어 나올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엔에이치스팩20호’는 골프 시뮬레이터 전문기업 크리에이츠와 합병을 결정한 상태로 오는 4월 1일 신주를 상장할 계획이다. 같은 달 11일에는 ‘하나금융25호스팩’과 비전검사 및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업 피아이이의 합병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한때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수소연료전지차 기업 니콜라가 스팩을 통해 상장하면서 국내에서도 대형 스팩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는 여전히 유효한 부분”이라며 “금융당국의 심사가 더욱 깐깐해지고는 있지만 물꼬가 트인다면 대형 스팩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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