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경기침체로 개발사업 보다 상징성 있는 입지의 도급사업 눈독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재건축 요충지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특별계획구역, 영등포구 여의도동, 용산구 한남동 입성은 보통의 시민들만 꿈꾸는 게 아니다. 내로라하는 1군 건설사들도 시공권을 따내고 싶어 군침을 흘린다. 올해 이들 지역 내 다수의 사업장은 시공사 선정을 일정으로 잡고 있다. 공사비 인상과 경기침체로 개발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의욕이 꺾이고 있는 가운데, 상징성 있는 정비사업장의 시공권이 나오며 가열찬 시공권 쟁탈전이 진행될 게 전망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도시정비영업실 산하에 압구정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했다. 특정 지역을 위한 TF가 구성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입찰 전 단계에서부터 선제 대응한 뒤 시공권 확보로 디에이치 브랜드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이틀을 남기고 막판 뒷심을 발휘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5년 연속 1위를 지켜온 성과도 강점으로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공동주택 3.3㎡당 1억원 돌파를 최초로 달성한 아크로리버파크 시공사인 DL이앤씨도 재건축 요충지 시공권 확보에 참전한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최근 정기인사에서 곽수윤 전 DL건설 대표를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장으로 선임했다. 곽 본부장은 DL건설을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까지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도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일감을 확보하며 1조2000억원 규모의 일감을 따낸 DL이앤씨보다도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했다. 주택사업분야에 잔뼈가 굵은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인 만큼 올해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어떤 기록을 낼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액이 직전해 대비 80% 이상 감소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올해는 공격적 수주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수십년 전 자사가 준공한 압구정 재건축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성 분석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삼성물산 역시 지난해 추석에도 압구정 입주민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등 일찌감치 관심을 드러냈다.

실제 압구정 특별계획구역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공사 선정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가 변경됨에 따라 시공사 선정 시기를 종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긴 영향이다.

일례로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내에서도 대형평형 비중이 높고 세대수도 가장 커 대장주로 불리는 3구역의 경우 올 1분기 공동주택 및 상가 개발컨설팅 협의체 구성 진행, 2분기 정비계획 입안제안 동의 징구, 3분기 정비계획 공람과 주민설명회를 거쳐 4분기 시공사 선정에 돌입하는 것을 일정으로 잡았다. 2,4,5구역도 연내에 시공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여의도도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공작아파트의 시공사 선정을 시작으로 줄줄이 공사업체 선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시공사 선정이 불발된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시공사 선정을 최대한 빨리 일단락하기 위해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이달 말 시공사 선정 일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남뉴타운 재정비구역 역시 마찬가지다. 한남4구역과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은 올해 상반기 중 시공사 선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알짜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이 예고되면서 올 한해는 지난해 대비 정비사업수주 총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건설경기가 좋지 않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체 개발사업이나 지분제의 경우 미분양이 나면 손해가 막심하지만, 공사비만 받는 도급제는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경기는 안 좋지만 당장 시공할 게 아닌 미래의 먹거리인데다, 개발사업보다 안정적이고 브랜드 위상을 확립할 수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사실상 모든 대형사는 관심을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