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한앤코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 확정
2년여간 분쟁 종결, 새로운 남양유업 기대감 커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남양유업이 60년 만에 새주인을 맞았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 사이의 주식 양도 소송 최종 판결이 한앤코 승소로 종지부를 찍으면서다. 한앤코는 일명 불가리스 사태로 이미지 타격을 받은 남양유업의 실적을 개선하면서 새전략짜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겨주게 됐다.

남양유업 경영분쟁 개요 일지. / 표=김은실 디자이너
남양유업 경영분쟁 개요 일지. / 표=김은실 디자이너

홍 회장은 2021년 초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억제한다’는 남양유업의 허위 발표에 책임지고 사임하겠다며 대국민 사과했다. 같은 해 홍 회장은 한앤코와 본인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홍 회장 부부의 임원인 예우 등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며 계약 해지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측을 쌍방대리한 점도 문제 삼았다.

한앤코는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려는 주식양도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을 처분할 수 없도록 가처분 신청을 냈고 당시 법원에서도 이를 인용했다. 1심과 2심에서도 법원은 모두 한앤코 손을 들어줬다. 양측의 주식매매계약 효력이 인정되지만, 홍 회장 측이 주식을 양도하지 않아 주식을 넘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남양유업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홍 회장은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줄 위기에 놓였다. 한앤코는 홍 회장의 계약 미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은 한앤코 대신 인수 협의를 진행해 320억원의 계약금을 지급한 대유위니아그룹과의 소송전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제안으로 선임한 남양유업 감사는 홍 회장과 일가 경영진 퇴직금으로 책정한 170억원 지급에 제동을 걸었고, 홍 회장 재임 기간 남양유업이 부담한 과징금과 벌금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그간의 가처분 소송들과 하급심 소송들을 포함하면 이번 판결은 남양유업 주식양도에 관한 7번째 법원 판결”이라며 “한앤코의 7전7승으로 소송전이 막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 “M&A 계약 변심과 거짓 주장들로 휴지처럼 버려지는 행태를 방치할 수 없어 소송에 임해왔는데 긴 분쟁이 종결되고 홍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는 절차만 남았다”면서 “홍 회장 측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시선은 한앤코로 모여진다. 남양유업 최대주주가 된 한앤코는 전문 경영인을 신임 대표로 발탁해 경영 효율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한앤코는 남양유업 실적 개선에 주력하면서 신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유업은 과거 대리점 강매 사건, 창업주 외손주 황하나씨 마약 스캔들에 불가리스 과장 광고 논란으로 오너리스크에 시달려왔다. 이로써 남양유업 사명 변경 가능성도 점쳐진다. 남양은 창업주 일가의 본관인 ‘남양 홍씨’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최근 실적 추이 및 재무 상황. / 자료=남양유업, 표=김은실 디자이너
남양유업 최근 실적 추이 및 재무 상황. / 자료=남양유업, 표=김은실 디자이너

실적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2년 영업손실 868억원으로, 2020년부터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부채 역시 2022년 1643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또 남양유업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3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금성 자산은 636억원으로, 2022년 말(796억원) 대비 줄었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남양유업 시가총액이 낮다는 점에서 기업 반등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재 남양유업 시가총액은 4313억원이다. 특히 남양유업은 수년간 적자에 머물러있지만, 부채비율이 낮은 편에 속해 한앤코의 전략에 따라 사업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유통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새로운 경영 체제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남양유업은 분유시장에서 장기간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스테디셀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오너리스크가 해소되면 사업 정상화가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이 기존 추진하던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높다. 남양유업이 보유한 제품력, 브랜드를 활용해 신성장동력 마련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남양유업은 주력 사업이었던 조제분유와 우유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건강기능식품과 케어푸드 같은 신사업을 확대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한앤코가 주로 기업의 지분 인수 후 성장시켜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되파는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에 일단 집중하고 매각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한다. 한앤코는 앞서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했다가 기업가치를 높여 5년 만에 인수 가격의 두 배 넘는 가격에 매각했다. 최근에도 SK해운 등 제조·해운·유통·호텔 분야 기업들을 인수해왔다.

한앤코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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