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출범 이래 세 번째 대표 맞아
버티컬 전문몰 집중, 새 전략 마련 필요성 대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출범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의 야심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롯데온이 ‘전략 부재’라는 오명을 얻었다. 롯데온은 지속되는 적자에 롯데쇼핑 아픈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새해부터 롯데온은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오퍼레이션 헤드총괄을 신임 대표로 맞았다. 그동안 롯데온 존재감 알리기에 실패를 맞았던 상황에서 박 대표는 롯데온 살리기가 가능할지 관심이 모인다.

3일 롯데온은 올해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박익진 대표를 수장으로 맞았다. 박 대표는 롯데온이 지난 2020년 론칭한 이후 세 번째 대표다.

박익진 롯데온 대표. / 사진=롯데
박익진 롯데온 대표. / 사진=롯데

박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서 첫 발을 뗀 뒤 한국시티은행 카드사업본부 최고재무책임자 겸 최고전략책임자, 현대카드 캐피탈 전략담당 전무, ING생명 마케팅 본부장·부사장, MBK 롯데카드 마케팅 디지털 부사장을 역임했다. 20여년간 마케팅, 사업 전략 계획 등에서 역량 쌓은 셈이다.

특히 박 대표는 기업 턴어라운드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링크드인을 통해 “사모펀드(PE) 전문가, 금융·통신·전자 산업에서 마케팅, 상품개발, 전략기획을 경험했다”면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턴어라운드 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자평했다.

롯데쇼핑은 통상 2회 이상 임기를 연장한다. 다만 롯데온은 유독 대표 교체가 잦았다. 조영제 전 대표는 롯데온 론칭 1년 만에 물러났다.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전 대표도 2년 임기 연장에 실패했다. 나 전 대표는 롯데쇼핑 임원 중 유일하게 임기 연장에 실패한 인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롯데온의 실적 리스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박 대표는 유통업보다는 금융·재무통 불린다. 롯데쇼핑은 당장 롯데온의 재무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박 대표를 수장에 앉힌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박 대표는 커머스 플랫폼 기업 관리 및 마케팅, 상품, 신사업 등 다방면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롯데 이커머스 턴어라운드와 오카도 시스템과의 시너지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롯데온 실적 추이. / 자료=롯데온,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온 실적 추이. / 자료=롯데온,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온은 출범부터 ‘신동빈 야심작’을 타이틀로 내세워 이커머스 후발주자로 나섰다. 그러나 롯데온은 출범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고, 출범부터 각종 오류에 시달린 바 있다. 론칭 첫 해 롯데온은 매출 1380억원을 냈지만 적자만 95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2022년 적자는 1560억원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640억원으로, 전년 동기(1320억원) 대비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에 머물러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 성장이 꺾이면서 롯데온은 잇단 투자 대신 적자를 줄이는 방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 대표에 컨설턴트 출신을 앉힌 이유”라고 말했다.

존재감도 크지 않다. 롯데온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5% 안팎으로 추정된다. 쿠팡과 네이버가 이커머스 투톱을 공고히 하고 있고, SSG닷컴과 G마켓이 연합군으로 이커머스 3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롯데온은 매각에 시달리는 11번가에게도 밀려 현재 업계 6위를 지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G마켓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롯데온의 설 곳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아울러 롯데온은 경쟁사들이 취한 일명 ‘대세 서비스’를 도입하는데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예로, 롯데온은 경쟁사에 맞춰 새벽배송을 시작했으나 물류비 부담, 저조한 주문량으로 철수한 바 있다. 최근 롯데온이 내놓은 통합 멤버십 온앤더클럽도 쿠팡의 와우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를 따라 내놓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롯데온은 뷰티·럭셔리·패션·키즈 카테고리 중심의 버티컬 전문몰을 강화하면서 수익성 강화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의 버티컬몰 비중은 32.7%며, 지난해 3분기 버티컬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한 바 있다. 여기에 향후 롯데쇼핑이 첫 삽을 뜬 부산 오카도 솔루션 풀필먼트센터를 통해 온라인 식료품 부문 사업을 키울 방침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올해는 버티컬 전문몰을 기존 그대로 이어가면서 적자를 줄이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카도 완공까지는 향후 6년이나 시간적 여유가 있다. 부산 오카도 솔루션도 2년의 시간이 흘러야 완공될 예정이다. 또 식료품을 주 서비스로 내세웠던 컬리, SSG닷컴 등도 최근 버티컬 전문몰로 전환하는 추세인 만큼, 롯데온이 실적 개선을 위해선 결국 ‘새 전략 세우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이 최근 적자 폭을 줄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서비스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새 대표가 어떤 방향으로 롯데온을 이끌어나갈지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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