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업 종합지원대책 마련 착수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자금난 우려 커져
“PF 지원·만기 유예 한계···수요 진작책 필요”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건설업 종합지원대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폭탄을 잠재우기 위해 할 수 있는 규제완화가 몇 개 남아있지 않은 만큼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 세제 완화책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건설업 종합지원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엔 건설업 투자 활성화와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 규모 확대, 회생 가능한 사업장 추가 보증 제공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미분양 관련 대책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분양 아파트는 점점 줄고 있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증가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224가구다. 지난 2월 8554가구 대비 약 20%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이 1만가구를 넘은 것은 2021년 2월(1만779가구)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일반 미분양 물량은 7먄5438가구에서 5만8299가구로 줄었다.

/ 그래픽=시자저널e

악성 미분양은 건설사의 자금난과 관련이 깊다. 중도금, 잔금이 원활하게 유입되지 않다 보니 건설사·시행사의 사업비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이 낮아진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면 할인 분양이나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견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아 실적 부진으로 직결되는 경향이 강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 PF 리스크는 미분양보다 준공 후 미분양으로 인해 촉발될 가능성이 더 크다”며 “마감공사를 진행할 때 투입되는 자금이 골조공사 진행 단계보다 급증하기 때문에 준공이 임박해서 건설사들의 자금난은 더 심화된다”고 말했다.

미분양 해소 대책으론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감면이 거론된다. 중소·중견 건설업계에선 향후 미분양과 입주 지연, 건설사 연쇄 부도가 발생하면 수습이 어려워지는 만큼 선제적인 경기 회복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를 감면해 주고, 1주택자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때 2주택자에서 제외해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미분양 문제가 심각했던 2008년에도 세제 완화책이 시행됐다. 당시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각각 16만5000가구, 8만구에 육박했다. 이는 PF 부실로 이어져 시공능력평가 100위 내 중견 건설사 중 45곳이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30여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이명박 정부는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 외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다주택자라도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1세대 1주택자와 같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해주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또 법인이 지방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면 양도세에 대해 법인세 과세도 면제해줬다. 이어 2009년엔 ▲미분양 주택 취득 시 5년간 양도세 전액 면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60%·지방 100% 감면 ▲다주택자 장기특별공제 허용 ▲단기 양도 일반세율 적용 ▲취득세 50% 감면 등의 대책을 내놨다.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 침체되자 세제 완화 대상을 미분양에서 주택으로 확대했다.

전문가들도 수면 위로 드러난 건설업 위기 진화를 위해선 수요 진작 외에는 해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PF 지원 대책이 시행돼도 미분양이 적체되면 부실 위험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금융권도 채무를 유예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까지 더하면 현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8만~9만가구으로 추산된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미분양 해소를 위한 수요 활성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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