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파기환송 판결로 후속 소송···퇴직·재직 간부사원들 줄 소송 전망
현대차, 2004년 ‘간부사원 취업규직’ 신설해 차별 대우
대법 ‘불이익변경에 과반노조 동의 없다’며 무효 취지 판단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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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현대자동차 과장급 이상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간부사원 취업규칙)은 노조의 동의를 얻지 않아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회사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파기환송심 중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의 결론이 이 사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 간부사원 출신 현승건씨 등 350여명은 지난달 29일 현대차를 상대로 연월차수당조항 및 임금피크제 위법무효를 원인으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를 각각 제기했다고 3일 밝혔다.

연월차수당 손해배상 사건 청구액은 원고별 각 3000만원이며, 임금피크제 손해배상 사건 청구액은 원고별 각 2000만원이다. 청구가 모두 인용된다면 배상액은 약 175억원 수준이다.

현대차는 2004년 주5일 근무제에 맞춰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제정했다. 이 취업규칙은 월 개근자에게 1일씩 부여하던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총 인정일수에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현대차는 이 취업규칙을 마련하면서 곧바로 적용받는 간부사원 89% 이상의 동의를 받았으나, 과반수 노동조합인 현대차노조의 동의는 받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5월 대법원은 관련 사건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장차 승급 등으로 이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적용받게 될 근로자’, 즉 과반수 근로자가 가입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며 심리미진을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특히 대법원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하는 1978년 판례를 45년 만에 뒤집었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번 민사소송은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무효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따라 관련된 손해를 배상하라는 후속 소송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는 것이다.

시사저널e가 확보한 소장에서 현씨 등은 “회사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제정하면서 연월차휴가를 대폭 축소했고 그로 인해 연월차수당 등이 축소되는 등 여러 가지 불이익 변경이 발생했다. 이는 불이익변경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조합의 동의도 받아야 했다”면서 “이는 근로기준법 강행규정을 어긴 것으로 무효이고 위법행위로 인한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는 불법행위를 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현씨 등은 통상임금, 휴일 등에 차별을 받았다며 추가 소송을 준비 중이다. 민사상 불법행위의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현대차에서 퇴직했거나 재직 중인 간부사원을 고려하면 줄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서울고법에서 심리중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 여부가 존재하는지가 쟁점이다. 재판과정에서 현씨 등은 회사가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적용받는 근로자들에게 애당초 동의 여부를 묻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마지막 재판을 앞두고 전세를 뒤집기 위해 국내 대형 로펌 7곳 중 3곳을 추가로 선임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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