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3월말 본회의 통과 가능성···선구제 후구상·피해자 범위·대상 확대 방점
“임차인 직접적 혜택, 형평성·재정 부작용”···빌라·오피스텔 전세시장 긍정 관측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선구제 후구상’에 방점을 둔 전세사기 대책 법안이 올해 국회 내 주요 사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가장 시급한 부분인 보증금 회수에 효과적이지만 형평성, 재정누수 우려 또한 제기된다. 4월 총선 전 입법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제도 정착시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야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전세사기특별법이 연초 국회 내 주요 쟁점 법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전세사기특별법은 피해액을 정부 재정으로 먼저 보상한 다음 경매 등을 통해 정부가 피해액을 회수하는 ‘선구제 후구상’ 방식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공기관이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전세 피해자들을 우선 구제하고 책임자에게 추후 구상권을 청구한다. 선구제 기준은 현행 임대차보호법에 명시된 최우선 변제금 기준인 30%이며 피해보증금 기준은 현행 5억원에서 7억원으로 올렸다. 피해자 범위엔 외국인도 포함했다. 

전세사기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은 90일 뒤인 3월 마지막주엔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점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 또한 낮아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단 관측이 나오면서 ‘선구제 후구상’ 대책이 현실화했을 때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가장 요구하는 부분이 최소한의 보증금 회수란 점을 감안할 때 법안 취지엔 공감하지만, 재정부담 등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단 지적을 내놓는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현재 정부 구제 대책은 시간상, 절차상 당장 시급한 피해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우선 도움을 주고 나머지 부분은 후속 절차를 통해 변제 자금을 회수하는 부분은 전체적 전세사기 속성이나 피해자 상황 측면에선 바람직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다만,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피해자와 규모가 천문학적이란 점이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보증을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사기에 대한 직간접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HUG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보증 기반 자체가 취약한 실정이다. 선구제후구상이 관례가 됐을 때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날 수 있단 점도 부담이다. 정부가 우선 매입해준단 부분에 피해자들이 지나치게 의존하면 정부나 보증기관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두 대표는 “피해자들이 신속한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우선 대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만, 피해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이를 악용하는 2차, 3차 전세사기 범죄 유형이 등장하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단 지적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억울하게 피해 받은 사람들한테 신속하게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나 다른 사기 사건들도 많은데 이런식으로 국가가 나서 책임을 지는 것이 형평에 맞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 대상을 선정하는게 매우 어렵단 지적이다. 현재도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사례별로 사기 피해 대상을 선정하고 있지만, 요건, 기한 등 이유로 골고루 적용하기 어려워 피해자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구상의 경우 경매를 통한 회수 비율이 10~20% 수준에 불과하단 점을 감안할 때 손실 처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보상이 된단 점에서 납세자와 혜택을 받는 사람간 공평성, 다른 사기 사건 간 공평성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손해 보상, 긴급 주거문제 해결은 같이 가야 한다. 보상은 엄격한 원칙을 지켜서 하고 긴급 주택 마련, 생활 곤란의 경우 가까이서 따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앞으로 주택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단 점을 전제로 해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억울하게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운 좋게 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고, 예산 집행이 방만하게 운영되는 등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조적, 사회적 부조리에 의해 개인이 피해를 받았다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사인간 피해를 선구제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전세사기가 왜 생겼는제 유형을 잘 살펴보고 서민들이 당할 수 밖에 없으면 그 부분을 구조적으로 메꿔야지, 피해자가 불쌍하다고 국가가 나서 금전적으로 보상한단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칫 국가 무한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세사기로 어려움에 처한 분들을 위해 제도적으로 잘못된 것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먼저 보상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전 전세사기특별법이 국회 본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시장엔 긍정적 영향을 줄것이란 분석이다. 

두 대표는 “‘선구제 후구상’ 제도가 정착된다면 전세시장에 신뢰감이 쌓일 수 있다. 지금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수요 집중이 아파트 전세값 상승의 중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정부가 구제를 해준단 신뢰감이 있으면 임대차를 하더라도 빌라, 오피스텔 등 주거형태에 대해서도 수요자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서 수요가 분산돼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여력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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