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5억 중 451억 미상환···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대여도 일부만 이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 걸린 깃발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 걸린 깃발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500억원에 가까운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하 외담대)을 제때 상환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태영건설은 외담대가 채무상환이 유예되는 워크아웃 대상 채권에 해당된다며 상환하지 않았는데, 워크아웃이 뼈를 깎는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는 만큼 태영건설의 태도가 워크아웃 개시 여부 결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나흘 전인 지난해 12월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중 외담대 451억원을 아직 상환하지 않았다. 외담대란 협력업체로부터 물품이나 자재를 구입한 원청업체가 현금 대신 외상매출채권을 끊어주면 납품업체는 은행에서 이를 담보로 한 대출을 통해 돈을 받는 형태다.

태영건설의 협력업체는 외담대를 통해 이미 돈을 받았다. 원청업체는 만기일에 대출금을 상환하면 되지만 경영난으로 상환하지 못하면 대출 당사자인 하청업체가 은행에 대금을 물어줘야 한다. 그런데 태영건설은 아직 이를 갚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달 28일 “29일 만기가 도래하는 상거래채권은 결제가 이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워크아웃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거래채권 정상 상환을 확언했다.

그러나 태영건설은 해당 외담대가 원칙적으로 금융채권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워크아웃 대상 채권으로 봐야 하는 만큼 상환이 유예된다며 자구안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태영그룹은 계열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에 활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 역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해외 무역 전문업체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대여해준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8일 자금 운용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1년간 1133억원을 대여해준다고 공시했지만 티와이홀딩스는 자금의 일부만 태영건설에 일부만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은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이날 공시를 통해 “(1133억 원 중) 지난해 12월 29일 태영건설이 상거래채권 상환을 위해 요청한 400억 원을 지급했고, 나머지 733억 원은 태영건설의 필요 상황에 따라 실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선 자구책-후 구조 개선’이라는 원칙도 공개한 바 있지 않나”라며 “태영건설 측이 자구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채권단 동의가 필요한 워크아웃 개시도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태영건설은 오는 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채권자들을 상대로 자구안 설명회을 열 계획이다. 이날 설명회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된 채권단 400여 곳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규모는 9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차입금은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80곳, 총 1조 3007억 원으로 파악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서는 신용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태영건설의 1차 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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