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높은 조달비용 압박 지속 전망···한은 “내년 긴축기조 충분히 장기간 지속”
대출성 카드자산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압력 지속될 가능성 높아

7개 전업 카드사 3분기 누적 순이익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7개 전업 카드사 3분기 누적 순이익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올 한해 시장금리 상승과 연체율 상승으로 카드업계의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 친 가운데 내년에도 업황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다중채무자 및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카드대출의 부실 위험이 확대되는 등 수익성과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이 산적한 까닭이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9928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701억원) 대비 8.2% 감소했다.

카드사들의 순익이 뒷걸음질 친 배경에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이자비용 및 대손비용 급증 영향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3분기 7개 전업 카드사의 이자비용은 2조81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9246억원)보다 46.4% 증가했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 부실이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도 증가했다. 주요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3분기 누적 대손충당금은 ▲신한카드 6381억원 ▲삼성카드 5617억원 ▲KB국민카드 5205억원 ▲하나카드 3923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KB국민카드가 94.9%로 가장 크게 증가했고 삼성카드 89.9%, 신한카드 72.9%, 하나카드 59.1% 순으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조달비용 증가가 카드사들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정책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국내 금리 역시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제기된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시장의 시장의 기대와 달리 내년도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라 내년에도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이날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을 발표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지속하겠다”며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내년 4분기 이후에나 목표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시중금리 하향 안정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2024년 중 신용카드사들의 신규발행 금리가 만기도래 평균 금리 수준보다는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용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은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건전성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내년에도 대출성 카드 자산을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카드사의 주요 대출상품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영세 자영업자 및 중·저신용자가 주요 이용층이기 때문에 건전성 악화 우려가 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고금리 여파로 당분간 연체율이 상승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될 전망”이라며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 증가로 주요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경기 하락 우려 및 인플레이션 악화 등으로 향후 시중금리는 점진적인 하향 안정화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가계의 이자 부담도 계속될 전망이다”라며 “경기 둔화로 인한 가계의 상환 능력 감소가 크게 나타날 경우 제2금융업권을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어 신용카드사들의 자산건전성 변화 추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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