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연초 대비 40% 가까이 증가
준공후 미분양 많으면 본PF 상환 및 하청업체 대금 정산에 악영향

/ 표=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전국 준공 후 미분양 가구수 추이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업계가 술렁이는 가운데 주택사업장 내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올 한해 4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미분양 발생은 입지 여건이 나쁘거나 고분양가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악성 물량 증가는 중소건설사의 자금 압박 부담감을 키우고, 더 나아가 부도 가능성을 키우는 요소로 꼽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456호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11월 7110가구 대비 47% 급증했고, 올해 1월에 비해서는 38%나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는 집계가 완성된 11개월 중 7월을 제외한 10개월 간 준공 후 미분양 가구가 전월대비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준공 후 미분양이 1만가구를 넘은 것은 2021년 2월(1만779가구)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란 사용검사를 받은 이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주택을 말한다. 다시 말해 다 지어진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는데도 분양이 안 돼 시행사나 시공사가 떠안고 있는 물량이다. 악성이라는 별칭에서 느껴지듯 이는 분양 직후 나온 일반 미분양보다 건설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훨씬 크다.

통상 건축 현장에서 활용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브릿지론과 본PF로 나뉜다. 브릿지론은 착공 전까지만 쓰는 대출로, 시행사가 부지 매입이나 착공을 위한 실시설계, 시공사 선정 및 공사도급계약, 건축계획 등 인허가 절차를 밟는 사업 초반에 일으키게 된다. 사업이 본격 시작되기 전에 받아 위험성이 크다 보니 기간은 짧고 본PF 보다 금리가 높다.

이후 사업 착공 시점에는 공사비 기준 일정 비중을 받는 본PF를 통해 브릿지론을 갚는 구조다. 그리고는 분양을 통해 수분양자로부터 받은 분양대금으로 본PF를 상환하고 하청업체에 줄 대금도 정산하며 사업장을 청산하게 된다.

그런데 준공 후 미분양이 많으면 이와 같은 프로세스에 문제가 생긴다. 브릿지론을 못 갚으면 시행사 한 곳만 고꾸라지는 것으로 끝나지만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면 대금 지급을 못 받은 건설사와 하청업체 등까지 연쇄반응이 훨씬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다수의 지방의 사업장의 경우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비규제지역으로 청약문턱이 낮지만 수요 대비 분양 물량이 많은데다 청약경쟁률도 낮아 미분양 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방에 본거지를 두고 분양사업을 진행하는 중소건설사들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특히 주택시장 열기가 꺾이며 미분양 문제가 대두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분양한 지방의 미분양 사업장들이 준공하는 시점인 내년 하반기 이후 본PF 미상환 등에 대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준공 후 미분양 사업장은 계약자를 찾지 못한 사업 주체들이 금융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금이 녹아들며 회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익성이 미비한 사업장을 보유한 중소건설사들은 자금 악순환으로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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