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가 KCGI 보유 DB하이텍 지분 5.6% 매입···지분율 12.42%→18.05%
1200억원 빚내 1650억원 지급···주당 6만6000원으로 12% 프리미엄
지주사 전환 위해 지분율 30% 필수···자사주 매입 및 배당확대 ‘유력’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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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DB그룹의 비금융계열 지주사격 회사인 DB(DB Inc, 디비아이엔씨)가 ‘강성부펀드’로 알려진 KCGI로부터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주사 전환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KCGI로서는 올해 3월 DB하이텍 지분율을 5% 이상 매입했다는 공시를 띄우고 행동주의에 나섰는데 이후 DB하이텍 주가 하락에 고심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9개월 만에 엑시트(투자회수)에 성공하게 됐다.

시선은 향후 DB의 지주사 전환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로 쏠리고 있다. DB가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DB하이텍 지분율을 30%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지만 DB의 자금 여력은 넉넉지 않다.

일각에서는 김준기 DB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DB하이텍 지분을 DB에 현물출자하는 한편 DB하이텍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지분율 요건을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KCGI, DB하이텍도 엑시트···수익률은 ‘중박’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날 DB는 KCGI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 캐로피홀딩스로부터 DB하이텍 주식 250만주(지분율 5.63%)를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DB의 DB하이텍 지분율은 12.42%(551만2783주)에서 18.05%(801만2783주)로 늘어났다. 반대로 KCGI의 DB하이텍 지분율은 기존 7.05%(312만8300주)에서 1.42%(62만8300주)로 줄었다.

매입가격은 1650억원으로 주당 6만6000원이다. 전날 DB하이텍 종가 5만8600원을 고려하면 약 12.6%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앞서 KCGI는 올해 3월 30일 DB하이텍 92만8300주를 주당 6만2297원에 장중매수했다고 공시했다. KCGI는 DB하이텍 주식 220만주(4.96%)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추가 지분매입으로 지분율이 7.05%로 확대되면서 5%룰에 따라 첫 지분 공시를 한 것이다. KCGI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행동주의펀드로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지분매입을 단순 매각가로만 보면 KCGI와 DB그룹은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 KCGI로서는 3월말 92만8300주 취득 당시 주당 취득단가는 6만2297원이기에 이번 지분매각을 통해 큰 차익을 내지는 못했다.

이전부터 매입한 220만주(4.96%)는 이보다 싼 가격에 매입했을 것이 유력하다. KCGI의 매입시기는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올해 DB하이텍 주가는 3만원대 후반으로 시작했고 이후 3월 중순까지 4만원대 후반 수준을 유지했다.

◇ 지주사 전환 압박에 김준기 ‘백기투항’

DB가 KCGI로부터 지분을 매입한 배경에는 결국 지주사 전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압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DB는 자산규모가 5000억원 이상 기업이기에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주식가액 비중이 총자산의 절반을 넘기면 지주회사로 강제전환해야 한다.

2021년말 DB의 자산규모는 6104억원인데 DB하이텍 지분 가치는 4007억원으로 비중이 65.6%에 달했다. 다음해인 2022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사 전환 의무를 통보했다.

이후 DB는 DB하이텍의 팹리스 설계부문의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물적분할 논란에 DB하이텍 주가는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2022년말 DB의 자산은 4287억원이었는데 DB하이텍의 지분 가치는 2048억원으로 급감했고 비중은 47.7%로 다시 50% 이하로 내려갔다. 이 덕분에 올해 5월 지주사 전환대상에서 다시 제외됐다.

하지만 KCGI의 지분매입 이후 DB하이텍 주가가 급등하면서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DB하이텍 주가가 급등하면서 DB자산에서 DB하이텍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시 50%이상으로 치솟았다.

DB는 DB메탈과 합병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회피하려고 했다. 모회사 자산가치를 늘려서 지분 비중을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DB와 DB메탈은 8월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불거졌고 정치권으로도 이슈가 확대됐다. 올해 10월 국정감사에 김준기 회장이 증인으로 소환되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김 회장은 DB와 DB메탈과 합병에서 DB메탈의 차입금 1512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섰는데 합병을 추진하게 되면 배임이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DB는 올해 10월 합병 철회를 발표했다. 이래저래 지주사 전환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김 회장으로서는 DB의 지주사 전환을 결정하고 KCGI 지분 매입을 결정한 것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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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이번 지분매입으로 DB는 내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전환 의무 통보를 받을 것이 확실해졌다.

DB는 2년 이내 DB하이텍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DB생명이 보유한 DB하이텍 주식 34만5000주(0.78%)도 매각하고 DB하이텍이 보유한 DB저축은행 지분도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대 관건은 DB하이텍 지분 확대에 필요한 재원이다. 전체 DB하이텍 발행주식총수는 4439만8588주이기에 30% 요건을 채우려면 1331만9577주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DB의 보유주식수는 801만2783주이기에 530만6794주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주당 6만원으로 계산해도 3200억원가량이 더 필요하다.

지난 9월말 기준 DB의 현금성 자산은 419억원에 불과하다. 이번에 KCGI로부터 지분매입에 들이는 1650억원도 기존 DB하이텍 보유주식을 전량을 담보로 1200억원을 차입하면서 가능했다. 이번에 빌리는 차입금 1200억원은 DB 자기자본 2850억원의 42.11%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김 회장과 김주원 DB그룹 부회장, DB김준기재단, DB생명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DB하이텍 주식을 DB에 현물출자하고 DB주식을 대가로 받는 형태가 유력해 보인다. 김 회장은 개인명의로 DB하이텍 주식 160만2227주(3.61%)를 보유하고 있고 김주원 부회장은 17만4711주(0.39%), DB김준기재단은 27만5624주(0.62%)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유력하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수가 줄어들면서 주주들의 지분율이 올라간다. DB하이텍은 상반기말 기준 자사주 219만4624주(4.94%)를 보유하고 있다.

배당 역시 확대가 유력하다. DB는 배당금으로 차입금 1200억원에 대한 이자 납부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DB하이텍은 전날 공시를 통해 향후 5년간 주주환원율을 30%대로 유지하겠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취득율도 발행주식총수의 6.14%에서 15%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배당성향도 10%대에서 최대 20%까지 확대하며 구간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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