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운항실적, 팬데믹 이전 수준에 육박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되면 계열 LCC 3사 통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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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적 LCC들의 운항실적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코로나19의 안개를 뚫고 올해 다시 열린 하늘길을 분주히 다니며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여부에 따른 LCC 통합 이슈는 업계에 불확실성을 던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국적 LCC 6곳의 항공운항(화물 포함) 실적은 지난 1~11월 33만3142편으로 집계됐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6곳은 올해 운항 실적을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 같은 기간 기록했던 35만924편의 95% 수준까지 회복했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풍토병화(엔데믹)를 선언한 후 노선 운항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덕분이다. LCC들은 같은 기간 주력 취항지인 동남아, 일본을 오가는 운항 실적을 크게 늘려 대형항공사(FSC) 2곳보다 더 많은 국제선 운항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LCC는 노선 재운항 흐름에 맞춰 인력과 기재를 적극 확충했다. 항공사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말 기준 직원 수는 제주항공 3009명, 진에어 2030명, 티웨이항공 명 2761명 등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적게는 137명(제주항공)에서 많게는 673명(티웨이항공)까지 늘었다. 각 사는 순환휴직 중이던 직원을 복귀시켰을 뿐 아니라 신입, 경력 직원을 신규 채용해 사세를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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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적 LCC들의 영업이익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코로나19 시국을 정부 지원으로 겨우 헤쳐온 LCC들은 늘어난 운항 재개 후 단숨에 흑자를 달성하는 등 경영을 빠르게 정상화했다. 지난 1~3분기 항공사별 영업손익은 제주항공 1435억원, 진에어 1354억원, 티웨이항공 1371억원으로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LCC들의 올해 연간 실적 전망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 추진···일부 주주 반발

LCC들은 내년에도 항공 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실적을 더욱 개선할 전망이지만, 대형항공사 (FSC) 합병 이슈 때문에 속내는 복잡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다음 단계는 계열 LCC의 통합 절차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모그룹인 한진그룹은 대형항공사 합병 후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FSC 합병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한진그룹에 편입될 예정인 가운데 LCC 운영 효율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LCC들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지 않은데다 취항지가 국내선과 동남아, 일본 등 일부 지역으로 쏠려있기 때문에 독과점 우려는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통합이 예정된 상황에서 해당 항공사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구성원 사기가 떨어지는 실정이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앞서 2019년 경영난 타개를 위해 현재 임금, 자산을 동결해온 가운데 합병 이슈까지 겹쳐 직원 복리후생 저하, 기재 도입 난항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 부산진구 셔면에서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구성원들이 에어부산 임금동결 해제를 요구하는 취지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지난 14일 부산 부산진구 셔면에서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구성원들이 에어부산 임금동결 해제를 요구하는 취지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또한 세 LCC가 통합되면 사실상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진에어에 흡수돼 브랜드를 잃는데, 이는 각 사 주주의 반발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시, 부산상공회의소 등 에어부산 주요 주주들은 3사 통합에 거세게 저항하는 중이다. 이들은 지역경제에 이바지해온 에어부산의 존치를 지지하며 분리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다.

양그룹 계열 LCC 외에도 플라이강원, 하이에어 등 LCC의 매각 이슈가 이어지는 중이다. 플라이강원은 지난 28일 우선협상대상자를 2차 공개매각 본입찰 참여 기업 중에서 선택할 계획이었지만 법원의 서류 보완 요구에 무산됐다. 빠르면 내년 4월 운항 재개를 목표로 절차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울산을 거점으로 둔 소형항공사 하이에어는 지난 20일 공개매각 입찰을 개시했지만 참여 기업이 없어 불발됐다. 하이에어는 매각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국적 LCC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어렵게 지나온 동안 발생한 산업 재편 흐름에 분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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