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수주액 4년 연속 300억 달러 달성 예상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회수처리시설 현장 / 사진=현대건설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회수처리시설 현장 / 사진=현대건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올해 건설업계는 혹독한 추위에 시달렸다. 연초 냉랭했던 주택시장이 정부의 규제완화와 정책대출 영향으로 온기가 돌았던 것 빼고는 악재가 계속된 탓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축이 풀리지 않으면서 자금경색에 따른 중견건설사들의 줄도산 위기론은 한 해 내내 이어졌다. 또 건설사들은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수주고를 채우는 입찰 참여조차 조심스러워했다. 이밖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거듭 현장사고를 내거나 부실시공에 따른 붕괴사고를 낸 건설사는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은 물론, 피해보상액 지급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수년 간 정비사업 수주곳간 채우기 경쟁, 올해는 없었다

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물가 상승 및 경기 침체 여파가 몰려오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은 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건설사들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5일까지 폐업 신고를 한 종합공사업체는 총 550여곳이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 2006년 570여건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 수준이다. 보통 건설사업의 발주자이자 주체는 시행사고, 건물을 짓는 일은 원도급자(종합건설사)와 하도급자(전문건설업체)가 담당하게 된다. 종합건설사의 폐업 증가는 전문건설업체의 폐업으로 연쇄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부도난 건설사도 적지 않다. 시공능력평가(도급순위) 순위가 100위에 한참 못 미치는 중소건설사에 국한됐던 위기가 이제는 100위 전후 중견사까지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경남의 남명건설(시평 285위)를 비롯해 국원건설(467위), 대우산업개발(75위), 대창기업(109위), 신일건설(113위), HN Inc(133위) 등이 회생절차를 밟는 데 이어, 이날은 시평 순위 16위인 태영건설까지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들보다야 낫지만 대형건설사라고 해서 분위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지난 수년 간 건설사들의 먹거리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분야인 정비사업 수주 달성액도 10대건설사의 대부분이 반토막이 나버렸다. 재개발·재건축 등에 적극적이던 지난해에는 10조 클럽을 목전에 뒀던 현대건설을 비롯해 건설사 6곳이 5조원 상당 수주액을 이뤄내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5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건설사가 전무할 정도다. 공사에 필요한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오르다 보니 수익성이 나빠져서 아예 일감 확보조차 덜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내년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신용등급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이자부담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전일 내년도 건설업황을 전망하는 보고서에서 “경기 부진과 고금리 지속으로 실질 구매력이 저하된 만큼 공격적인 분양가 책정이 쉽지 않고, 건설사 대손의 직접적 원인인 준공 후 미분양 증가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서 체면치레···올해 해외 수주액 300억달러 초과 기대

결국 주요 건설사들은 해외부문에 눈을 돌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고금리 현상 지속,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 대외변수에도 불구하고 국내 다수의 건설사가 다행히 잇따른 대규모 수주 낭보를 전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터널공사와 카타르 태양광발전소,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등 다양한 공종에서 대량의 매출이 발생했다. 그 결과 해당기간 기업별 해외수주 순위로는 57억8000만 달러(24.6% 비중)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올 6월 사우디 다란에 위치한 아람코 본사에서 50억달러 규모의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에틸렌 생산시설)과 패키지 4(유틸리티 기반시설) 수주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그간 사우디에서 수주한 사업 중 최대 액수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 11월 미국 조지아 배터리공장 신설 L-JV 프로젝트(12억달러)와 미국 HMGMA 현대차공장 신축공사(6억7000만달러)수주 등 대형 일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 덕에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확보한 해외수주 총액이 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가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집계한 해외건설 수주액이 292억5000만달러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272억9000만달러)대비 7% 이상 성장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건설시장이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년 수주 목표치는 올해보다 더 높게 잡는다는 계획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주택경기가 좋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수주를 늘리면서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건설사들이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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