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앙’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졌지만 공사 원가상승과 건설불황 직격탄

태영건설 서울 여의도 사옥 전경 / 사진=태영건설
태영건설 서울 여의도 사옥 전경 / 사진=태영건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코스피 상장 중견 종합건설업체이자 토목건축공사업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부실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건설업계는 물론이고 연쇄적으로 금융권에까지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 문제 심각···만기 도래한 부동산 PF 대출 상환 못해

28일 태영건설은 이사회를 열고 워크아웃 신청을 결정했다. 이날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 PF 대출 만기가 도래한 날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그간 차입금 만기가 대거 돌아오는 28일과 29일을 1차 분기점으로 판단해왔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을 지급하는 등의 절차를 밟는 제도다.

태영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불어난 공사비 원가 상승과 건설 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금융권 추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대출잔액은 약 4조4100억원인데, 이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만 약 3조2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태영건설은 이번 달(3956억원)부터 내년 4분기까지 1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보증 채무만 따져도 3조6027억 원(11월 말 별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보니 순차입금도 높았다. 태영건설의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 부채비율은 478.7%이다. 이는 시공 능력 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의 관리하에 대출 만기 조정,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받게 된다. 채권행사는 약 2주 정도 유예되며, 주채권은행은 14일 이내에 회의를 위해 채권자들을 소집하고 협의회를 구성해 회사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태영건설의 주요 채권은행은 채권보유슌으로 산업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이다.

한편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지난 10월 일몰됐다가 국회와 국무회의 통과를 거쳐 지난 26일 다시 시행됐다. 시행령 정비가 남았지만 기업이 워크아웃 신청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태영건설이 재시행된 기촉법에 따른 1호 워크아웃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 6개월 내 도래 회사채 만기 2조4000억원···제2의 태영건설 우려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업계에서는 부동산 PF에 따른 위기감도 확산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분양시장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건설사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 대비 약 29% 늘어났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내년 상반기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건설사들의 회사채 규모가 약 2조3700억원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 시공능력 상위 50위권 건설사(건설 매출 비중이 50% 미만인 업체는 제외)들의 회사채 만기 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건설업계에선 내년 전망도 여전히 흐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하루 전 내놓은 내년도 건설업황을 전망하는 보고서를 통해 “경기 부진과 고금리 지속으로 실질 구매력이 저하된 만큼 공격적인 분양가 책정이 쉽지 않고, 건설사 대손의 직접적 원인인 준공 후 미분양 증가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PF 부실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건설업계 전반은 물론이고 금융시장까지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는 PF 문제가 번지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 중이다. 국토부는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연쇄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과 관련 대책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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