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로 숨통 트였다가 경제 불확실성으로 하락기 재진입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올해 부동산시장은 경기침체와 고금리 악재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큰 모습을 보였다. 건설사들 역시 경기불황으로 잔뜩 움츠린 가운데 부실시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 불안감은 갈수록 커졌다. 그나마 올해 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통해 미분양에 따른 건설업계 전반의 연쇄 파장을 차단하고,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한 덕에 집값 급락은 면하고 건설업 침체도 최소화했다. 올 한해 냉탕과 온탕을 오간 2023년 건설·부동산 업계 이슈를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올해 초만 하더라도 청약시장은 암울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잇따랐다. 구축 주택시장에서도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가 지속되며 거래절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청약을 진행한 분양시장 최대어 둔촌주공과 장위자이 등에서 미계약분이 모습을 드러내며 해가 바뀌었지만 시장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1·3부동산대책으로 시장은 변곡점을 맞게 됐다. 정부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의 규제를 해제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축소했다. 청약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를 없애 청약에 당첨돼도 기존 주택을 팔지 않아도 되며 무순위 청약 접수 시 무주택 요건을 폐지해 유주택자까지 청약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거래량이 살아나고 집값은 오르며 청약시장에는 내집마련을 하는 이들이 유입됐다.

실제 거래량 수치를 통해 연초의 위기감은 사그라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전국 아파트 누적 매매거래량은 35만2057가구로 집계됐다. 10개월간의 거래량에 불과하지만 이미 작년 거래량(29만8581가구)을 앞지른 것이다. 하락세를 이어가던 전국 아파트값은 올해 7월 들어 상승 전환됐으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000대 까지 회복했다.

청약경쟁률도 지난해 대비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2022년 서울 지역 1순위 일반공급 대비 청약 1순위 경쟁률은 10대 1이었지만, 올해는 58대 1이었다. 수도권 역시 8.1대 1에서 14.3대 1로 경쟁률이 상승했다. 청약 당첨 가점도 지난해 40.9점보다 12.1점 오른 53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금리 혜택을 제공한 특례보금자리론도 1·3 부동산대책과 함께 매수심리 회복 등에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올해 1월부터 9억원 이하 주택 구입에 제공된 저금리 정책대출이다. 대출이 가능한 주택가격 요건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일반형)로, 대출 한도를 3억6000만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각각 조정하고 소득 요건이나 보유 주택 수 제한도 일부 완화했다.

올해 아파트 매매거래량 비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아파트 매매거래량 비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러나 이와 같은 시장의 활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일부 상품 중단과 고금리 영향 아래 매수세가 동력을 잃으며 연말로 접어든 매매시장과 분양시장은 다시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긴 했지만, 이자 부담은 수요자가 감당하긴 힘든 수준인 것도 문제로 꼽힌다. 분양시장에서는 갈수록 치솟는 분양가가 완판 실패의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청약 및 분양권 시장에서는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수요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전매제한을 완화하며 실거주 의무도 없애겠다고 한 정부의 약속을 믿은 수요자들은 청약을 하거나 분양권을 매매했으나 1년 가까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며 수분양자가 실거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혼란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공급불안, 고분양가 지속에 총선 및 금리까지 전반적으로 변수가 많아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시장의 변화를 이끈 게 특례보금자리론이었던 것처럼, 내년도 신생아대출 등 정책 금융 등으로 변화가 생길 순 있다”면서도 “시장을 좌지우지할 변수가 많기 때문에 매수심리가 커지며 집값이 오른다기보다 박스권 안팎에서 적은 폭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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