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A+→A’···‘부정적 검토’ 이후 3개월만
동부건설 ‘A3+→A3’···원가상승으로 재무부담 확대
“내년 부동산 시장 관망세···PF 위기 현실화 촉각”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건설업계의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태영건설에 이어 GS건설과 동부건설의 신용도가 줄줄이 하락했다. 고금리 기조 속 원자잿값 상승, 신규 사업장 착공 지연, 지방 미분양 등으로 인해 하방 압력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예상되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해 신용도가 하락한 건설사가 추가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한국기업평가는 GS건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검토)’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했다. 부정적검토 대상에 등록한 지 3개월 만이다. 확대된 재무부담이 당분간 이어지고 국토교통부의 영업처분 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점 등을 하향 사유로 들었다.

GS건설은 2019년 이후 순차입금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조6059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844억원 늘었다. 부채비율은 250.3%로 같은 기간 33.9% 포인트 올랐다. 지난 4월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검단아파트 관련 전면 재시공 비용 5500억원이 일시 반영에 따른 대규모 당기순손실로 자본이 크게 감소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인수합병에 따른 자금부담 및 차입금 이관, 기성 진행에 따른 운전자본부담, 환율에 따른 외화차입금 변동 등이 영향을 미쳤다.

 / 그래픽=시사저널e

김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올해 들어 신사업 매출이 확대되며 이익기여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지하던 건축 부문 이익 축소를 상쇄하기 미미한 수준이다”며 “연내 주택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예정원가 재산정, 영업적자를 지속하는 플랜트 및 환경부문과 관련한 추가원가 반영 등에 따른 영업손실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영업정지 처분 등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봤다. 국토교통부는 검안아파트 사고와 관련해 GS건설에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을 추진하고 있다. 처분 수위는 다음 달에 확정될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최대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가정하더라도 사업 경쟁력과 유동성 대응능력 등을 감안할 때 사업·재무와 관련한 리스크가 급격하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영업정지 기간 동안 신규 수주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10조 수준의 외형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동부건설의 신용등급도 낮춰 잡았다. 동부건설은 주택 브랜드 ‘동부 센트레빌’로 성장한 시공능력평가 22위 중견건설사다. 기업어음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내려갔다. 주택 부문을 중심으로 고금리와 원자재·인건비 상승으로 준공원가가 불어나면서 재무부담이 확대됐다. 특히 도급액 확대가 어려운 민간 주택을 중심으로 원가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EBITDA은 2021년 5.4%, 2022년 2.8%로 급감하기 시작해 3분기 말엔 0.8%에 그쳤다. 순차입금은 3분기 기준 지난해 말 대비 1000억원 증가한 5207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도 재무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다수의 주택사업 매출채권과 기존에 진행되는 해외사업 등으로 운전자본부담이 확대되는 가운데 잔여 토지대금의 납부도 2024년까지 예정돼 당분간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HJ중공업 지분 인수와 공공택지 매입 등으로 재무부담이 증가하는 추세인 점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 사유에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시평 16위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됐다. 조달여건 악화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차환이 차질을 빚어 재무부담이 확대된 점과 과중한 PF 우발채무 수준, 비우호적 조달 여건 등이 반영됐다. 특히 한신평은 지방 분양시장 회복이 지연되면서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태영건설의 PF 보증액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업 진행 지연과 금융비용이 누적된 영향이다. PF 보증액은 지난달 말 연결 기준 2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2조2000억원보다 31.8% 높아졌다. 별도 기준 도급사업 PF 보증액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건설사 신용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PF 부실 규모도 커지고 있어서다. 주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살펴보면 ▲롯데건설 ‘A+(부정적)’ ▲HDC현대산업개발 ‘A(부정적)’ ▲신세계건설 ‘A(부정적)’ ▲한신공영 ‘BBB-(안정적)’ 등이다. 대부분 ‘부정적’ 전망을 보유하고 있어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적 유동성 공급이 종료된 이후 주택 매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원가 부담도 높은 수준으로 단기간 내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분양 시장의 양극화가 예상되고 PF 우발채무 현실화 등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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