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토위 소위 열어 주택법 개정안 논의

/ 표=정승아 디자이너
 24~25년 입주 앞둔 실거주 의무 적용 주요단지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거듭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청약 당첨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의 말만 믿고 청약을 넣어 당첨은 됐지만,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집을 팔거나 전세를 줄 수도 없는 처지가 돼서다. 잔금을 충당할 여력이 없는 수분양자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 수분양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초 정부가 공언한대로 실거주 의무가 폐지된다면 전세세입자를 받아 보증금으로 매매 잔금을 충당할 수 있지만, 입주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해당 법안 통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2021년 2월 19일 이후 분양된 수도권 분상제 아파트 일반분양 청약에서 당첨된 수분양자는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집주인이 실거주하기에 앞서 전세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르게 되면 최대 징역 1년 혹은 10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실거주 전 주택을 매도하는 것도 불가하다.

이와 같은 실거주 의무 조항을 둘러싸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약시장을 침체시키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이어졌고, 이에 정부는 올해 초 1·3부동산대책 발표를 통해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같은 계획을 밝힌 시점은 추후 분양시장에서 미분양 사업장이 대거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정도로 시장이 침체돼있던 때이자, 단일 아파트 또는 신축 아파트 사업장으로는 최대 규모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청약당첨자들의 정당계약일이었다. 때문에 실거주 의무 폐지를 두고 둔촌주공 살리기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은 협조를 당부하는 목소리에 불응하고 있다.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투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불합리한 규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논의를 서둘러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반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실거주 의무 폐지는 그야말로 투기 수요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노심초사하는 건 앞서 언급한 단지의 수분양자 만이 아니다. 3월에 입주 예정인 ▲경기도 하남시 더샵 하남에디피스(980가구) ▲6월 입주가 예정된 서울 강동구 강동 헤리티지 자이(1299가구) ▲12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1만2032가구) ▲25년 3월 입주하게 되는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2840가구)도 실거주 의무 규제를 받게 된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전국의 총 66개 단지, 4만3786가구에 달한다.

국회 국토위 소위는 오는 27일 연내에 한차례 더 해당 사안을 논의할 계획이어서, 수분양자들은 실낱같은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에 통과가 안 되면 논의는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밀리게 된다.

만일 야당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실거주 의무가 계속 존치된다면 분양권 거래 시장도 얼어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 분양권 월별 거래량은 한 자릿수였으나, 1·3대책에 따라 4월부터 전매제한이 완화되면서 분양권 거래가 40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패키지 법으로 불리는 실거주 의무 폐지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서서히 줄기 시작해 10월(4건), 11월(5건), 12월(5건) 등으로 다시 급감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의 계류가 장기화되며 실거주 의무 폐지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우세한데 이럴 경우 시장의 혼란이 클 수 있다”며 “일부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입주가 어려운 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국회 동의가 필요한 규제 완화 정책을 정부가 애초에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혼란을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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