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개발 속속 따내···4년 연속 300억달러 돌파 기대
삼성물산·현대건설 주도···“내년 해외시장 공략 활발해질 것”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건설업계가 굵직한 해외수주 계약을 속속 따내면서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300억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현지 공장 건설과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대형 건설 현장 수주가 주효했다. 내년 전 세계 건설시장 규모가 6% 이상 확대되는 만큼 건설사들의 해외시장 공략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15일 기준 292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72억9000만달러 대비 7.2% 증가한 수치다. 연말 수주가 집중되는 점을 감안하면 300억달러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해외건설 수주액은 2020년 351억달러, 2021년 306억달러, 지난해 310억달러에 이어 4년 연속 300억달러를 달성하게 됐다.

북미와 중동이 해외 실적을 견인했다. 두 지역은 전체 해외건설협회 수주통계를 살펴보면 북미·태평양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94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주액의 34.1%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8%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중동 역시 84억달러를 기록하며 수주액이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아시아(20.4%), 유럽(6.4%), 중남미(5.0%), 아프리카(3.9%) 등이 뒤를 이었다.

/ 자료=해외건설협회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이 92억50만달러(33.4%)로 가장 많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등을 위해 우리 기업이 현지에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세운 데 따른 효과가 컸다. 이어 사우디아라비가 64억8000만달러(23.4%), 대만 14억9000만달러(5.4%), 카자흐스탄 10억1012만 달러(3.6%)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수주 실적이 가장 높은 건설사는 삼성물산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57억7969만달러치 수주고를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7.8% 증가한 금액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추가 공사’와 대만 푸본금융그룹 자회사인 푸본생명보험이 발주한 ‘푸본 아오지디 복합개발공사’를 따낸 것이 주효했다. 푸본 아오지디 복합개발공사는 수주액이 6억1200만달러로 올해 최대 규모 해외 건축공사다.

2위는 현대건설로 삼성물산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올해 수주액은 56억8894만달러로 전년 동기 26억9065만달러 대비 2배 넘는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단일 물량으로 최대 규모인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1·4’(50억7600만달러)를 수주했다. 한국 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건설과 팀을 이뤄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 현대엔지니어링도 올해 수주액 51억4290만달러로 3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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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도 선전했다. SK에코엔지니어링은 SK에코플랜트로부터 ‘헝가리·미국·폴란드 배터리공장 건설프로젝트’를 넘겨받는 등 18억760만달러를 수주해 4위에 올랐다. 수주액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 보수 공사’와 ‘인도라마 비료공장 3호기 공사’, 리비아 ‘패스트트랙 발전 공사’ 등을 연이어 계약을 따내며 16억8566만달러 수주고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정원주 회장을 필두로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거점국가(베트남, 리비아, 나이지리아, 리비아)를 중심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에도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설업계는 해외수주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정부도 내년 전 세계 건설시장 규모를 올해보다 6% 이상 성장한 14조6000억달러로 예측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며 “내년엔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수주 곳간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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