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22억원어치 순매수···기관과 외국인은 순매도
저가 매수세 유입···슈퍼개미 5% 이상 지분 보유 공시도 나와
“경계하되 예단하지 않아야”···“리스크 너무 커 투자 유의해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중견건설사 태영건설에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가운데 국내 증시에선 개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이른바 ‘슈퍼개미’도 매수에 합세한 상황으로, 태영건설의 주가가 하락하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위기설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발상 투자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유동성 위기설에도 매수 나선 개미들

2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태영건설 주식을 2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최근 일주일 기준으로는 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같은 기간 순매도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태영건설에 유동성 위기설이 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과감한 매수세로 평가된다. 특히 전날에는 ‘슈퍼개미’로 알려진 황순태 삼전 회장의 5% 이상 지분 보유 공시까지 나왔다. 황 회장은 지난 8~15일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총 71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했다. 유동성 문제로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시점에 주식을 매수한 것이다.

태영건설의 위기설은 이달 들어 부각되기 시작했다. 위기설의 원인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에 있다. PF는 돈을 빌려줄 때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담보에 두지 않고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에 두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건설사는 주로 이를 보증하며 사업을 이행하는데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착공 물량이 많아지면서 우발채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의 순수 부동산 개발 PF 대출 잔액은 3조2000억원인데 상환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미착공 상태로 남아 있는 현장의 비중이 47%다. 이 중 미착공 현장의 45%가 지방 소재다. 모든 지방 현장이 미착공 상태에서 대출 연장 없이 사업을 마감할 경우 태영건설이 이행해야 하는 보증액은 약 7200억원 수준이라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전날 보고서를 통해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하향 검토’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하향검토’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사업진행 차질이나 저조한 분양경기가 장기화될 경우 관련 PF차입금 상환부담이 태영건설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등급전망 조정의 근거로 꼽았다.

이에 태영건설의 주가는 이달 들어 급락세를 보였다. 이번 달을 3680원에 시작한 태영건설은 전날 2745원까지 25.4% 급락했다. 지난 13일과 14일에는 각각 6.57%, 11.62% 급락하기도 했다. 태영건설은 1년 전인 지난해 12월 초만 하더라도 5930원에 거래되기도 한 종목이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 역발상 투자 성공할까···태영건설 자구책에 ‘주목’

개인 투자자들이 역발상 투자에 나서면서 향후 주가 추이에 관심이 모인다. 우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설을 부인하고 있고 금융기관의 대출 연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위기를 넘어설 경우 주가 반등세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지난 13일 태영건설은 시장 일각에서 태영건설 법무팀이 워크아웃 신청을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20일 금융회사로 구성된 태영건설 대주단과 태영건설은 최근 만기 도래한 신용대출 400억원을 연장하는 데 합의하며 급한 불을 껐다. 

이에 회사의 대책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감안해 태영건설과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자구 노력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루머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이후 PF 유동화증권 스프레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경계하되 예단하지 않고 회사의 대책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리스크가 클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우발채무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언제든 투자자에게 칼날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만일 시장 우려대로 기업회생까지 갈 경우 상장폐지 사유 발생에 따라 주권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필요가 있는데, 쌍용차(현 KG모빌리티)와 같이 기업 회생에 성공할 경우 다시 거래가 재개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나올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태영건설은 슈퍼개미의 지분 공시 소식에 힘입어 급반등하고 있다. 이날 태영건설 주가는 전날 대비 4.92% 상승한 2880원에 장을 시작해 장중 22.22%까지 치솟았다. 다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은 축소돼 전날 대비 10%가량 상승한 호가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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