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 대표이사, 집값 높은 강남4구에 대출 없이 자가 보유
최익훈 HDC현산 대표이사, 두 달 전 잠실서 시세대비 5억 낮은 값에 직거래 매매 눈길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주요 건설사 대표이사들이 대출 없이 자가로 서울 강남4구에 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통계청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순자산 비중 상위 1% 자산가들은 자산의 81%가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속한 회사 내 연봉킹인데다 업무 특성상 건설·부동산 영역에 정통한 건설사 대표이사들도 집테크를 할까?

22일 주요 건설사 대표이사의 법원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본 결과, 매해 10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건설사 대표이사들은 대지 지분이 크고 으리으리한 대저택에 살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평범한 곳에 살고있다. 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 타입에 사는 이가 대부분일 정도다. 그리고 주택 선택은 자신의 업무영역 중 주전 종목이 주택인지 여부와도 맞닿아 있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는 서울 삼성동에 자사가 시공한 래미안 전용 84㎡ 타입에 18년째 살고 있다. 부동산 투자의 1순위 지역으로 꼽는 강남구이긴 하지만 최고 높이 6층, 1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근래에는 4세대 아파트 등장과 함께 조·중·석식이 해결되고 문화강좌가 열리는 대단지의 커뮤니티 보유 여부가 아파트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지만, 이 아파트는 총 36세대에 불과하다보니 커뮤니티도 없고 거래조차 2016년 이후로 뚝 끊겼다.

그는 취임 당시부터 국내 주택보다는 해외통이란 이미지가 짙었다. 삼성물산의 올 3분기 해외 수주 규모는 58억달러로 국내기업의 전체 해외건설 수주 중 삼성물산이 24.7%를 차지할 정도다. 그에 반해 국내 수주 규모는 7조9000억원으로, 국내 건설시장 전체 수주 중 약 6.2%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주택 수주 비중은 더욱 미미하다.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는 주택 선택에서 많이 닮아있다. 윤 대표이사는 송파구 헬리오시티를, 백 대표이사는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을 매입하며 대규모 단지를 택한 것이다. 헬리오시티는 9500여 세대, 고덕그라시움 4900여 세대다. 두 곳은 올해 국내 주택시장에서 매매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1·2위 단지이기도 하다. 두 명의 대표이사는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주택을 매입해 절세전략까지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윤 대표이사는 이외에도 한남3구역에도 부동산을 보유고 있기도 하다. 2020년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일감을 따내기 위해 ‘내 집을 짓는 마음으로 짓겠다’며 지분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직접 조합원이 된 것이다.

올들어 재건축·재개발 일감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포스코이앤씨의 한성희 대표이사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5차를 보유 중이다. 한 대표이사는 강남구에서 임차인으로 전세를 살다가 해당 사업장이 재건축 추진의 닻을 올리며 추진위원회를 설립하던 지난 2017년 내집마련에 성공했다. 그러나 삼호가든1·2차가 삼성물산과 (구)대림산업의 컨소시엄으로 반포리체가 되고, 삼호가든3차가 현대건설이 디에이치라클라스로 재건축하며, 삼호가든 4차가 대우건설의 반포써밋으로 새로 지어지는 동안 유일하게 재건축을 못하고 준공 37년차 노후 아파트로 남게 됐다.

조합은 내년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일정을 잡고 있으니 한 대표이사 입장에서는 잘하면 자신의 영역에서 새집도 챙기고, 시공권도 잡는 꿩먹고 알먹기가 될 수도 있다.

최익훈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그가 거주하는 해당지역 일대에서 주택사업 비중이 90%를 넘는 회사의 수장답게 주택거래에 일가견이 있다고 정평 나 있다. 용인 기흥에 살다가 두 달 전인 지난 10월 중순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를 저렴한 값에 매수해서다.

최 대표이사가 거래하기 한 달 전엔 24억원에, 최 대표 거래 후 불과 이틀 뒤엔 23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최 대표이사만 5억원 가량 저렴한 18억6000만원에 공인중개업소를 끼지 않고 직거래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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