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공로연수, 복지통 관료 활동···연금 업무로 시작, 현재 장애인 업무 총괄
복지부 남자 직원 최초 육아휴직, 일과 가정 병행···송 국장 “대한민국은 복지국가”

그래픽=시사저널e
/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행정고시 41회로 공직에 입문, 그동안 복지업무를 주로 수행해왔던 송준헌 보건복지부 국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25일 복지부에 따르면 송준헌 장애인정책국장이 오는 2024년 1월 1일부터 1년간 공로연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로연수는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에게 은퇴 이후 삶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제도다. 복지부에서 과장급 이상 관료가 공로연수를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국장급 이상에서는 송 국장이 최초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실상 조만간 공직생활을 정리하게 되는 송 국장은 행시에 합격한 후 지난 1998년 말 복지부에 들어온 정통행정관료다. 그는 시보 생활을 거쳐 국민연금 업무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직전 해인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복지가 극빈층에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송 국장은 회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내걸고 사회안전망 구축에 본격 나섰다고 한다. 1999년 연금제도과에 근무하면서 정부가 추진한 국민연금의 전 국민 확대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었고 빈곤 정책을 담당하는 기초생활보장과 근무를 통해 소득보장 제도 기본을 익힐 수 있었다고 한다. 

송 국장 행시 동기는 7명이다. 1964년생인 그는 동기 중 이미 퇴직한 모 국장과 동갑으로 최고령이다. 이처럼 34세 행시에 합격한 송 국장은 자연스럽게 복지 전문 관료로 성장한다. 당초 출발이 복지 직렬이었고 행시 합격 직전 서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도 입학하는 등 여러 요인이 있었다. 하지만 복지제도가 본격적으로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지는 시기 공무원을 하게 되면서 복지 행정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실제 그는 26년 공직생활 중 육아휴직 2년과 유학 2년, 코로나19 대응으로 보건의료 업무를 맡았던 1년을 제외한 대부분 기간을 복지 업무에 종사했다. 송 국장은 기억에 남는 업무로 복지정책과 사무관 시절 추진한 우리나라 최초 복지전달체계 개편, 3년간 지역복지과장을 맡으면서 완성한 이명박 정부 시절 복지공무원 7000명 확충과 박근혜 정부 당시 6000명 확대를 꼽는다. 국장으로서는 장애계 숙원 과제인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지역자립법 등 2개 법률 제정안을 합의 단계에 올려놓은 것을 언급했다. 

이처럼 복지 업무에 정통했던 그는 복지부에서 이색경력을 갖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2004년 당시 복지부 남자 관료 중에서는 최초로 육아휴직 1년을 다녀오게 된다. 송 국장은 육아휴직에 대한 상사들 반응이 두 가지로 구분됐다고 회고한다. 일각에서는 화젯거리였지만, 좋지 않게 생각하는 상사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육아휴직을 마친 뒤 본부로 들어오지 못하고 기획재정부 모 위원회로 파견을 가는 일도 겪었다고 한다. 송 국장은 셋째를 얻은 후 아동복지정책과장으로 근무하다가 2015년 다시 1년간 육아휴직을 했다. 

일각에서는 2번의 육아휴직이 송 국장 승진에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분석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승진보다는 맡은 업무에 집중하고 보람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육아휴직을 통해 일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의미 있는 투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특히 육아휴직은 개인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커나가는 과정에서 사교육이 장벽이 되지 않아야 하고 공부 외에도 청소년기에는 즐기고 배워야 하는 게 많다는 것이 본인 양육관이라고 한다. 그의 복지부 지인은 “송 국장은 일과 가정 모두 성공한 보기 드문 관료”라고 말했다.  

송 국장은 “26년 전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달리 복지부는 핵심중앙부처가 됐고 이런 부처에서 두 번 국장을 했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오래 전 복지국가에 진입, 계속 성숙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복지 직렬로 시작한 공무원 인생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고맙게 다가온다”고 퇴직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공로연수 기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삶에 큰 활력소가 되어준 늦둥이 셋째가 중학생 시절 잘 건너갈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같이하고 싶다”며 “나머지 시간은 사회정책에 대해 폭넓게 공부하는 데 쓰고자 하며 선배들이 걸었던 길과는 다른 길을 준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