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수천만원씩 뚝뚝···초역세권 단지도 약세
고금리·대출 규제 여파···“빠르게 오른 만큼 하락세 가팔라”
“내년 별다른 부양책 없어···올 초 시세로 돌아갈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동탄이 부동산 하락장의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등 호재로 빠르게 반등했지만 최근 들어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금리와 정책 등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인 만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2차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송동 ‘동탄2신도시하우스디더레이크’(1552가구) 전용 74㎡는 지난 17일 7억200만원(8층)에 거래됐다. 앞서 9월 실거래가격인 7억5400만원(8층)과 비교하면 집값이 5000만원 넘게 빠졌다. 인근 ‘더레이크시티부영3단지’(706가구)에선 전용 88㎡이 지난 9일 8억6000만원(14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같은 동 같은 평형대가 8월 9억2000만원(19층)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60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GTX-A노선이 지나는 동탄역 인근 단지들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초역세권 단지인 ‘동탄역롯데캐슬’(940가구)은 전용 65㎡가 지난달 3일 12억1000만원(18층)에 거래됐다. 9월 실거래가(12억6700만원·39층) 대비 5000만원 하락했다. 인근 ‘동탄역시범한화꿈에그린프레스티지’(1817가구) 전용 113㎡도 지난 13일 13억5800만원(6층)에 팔리며 9월 15억(4층)보다 1억원 넘게 빠졌다.

동탄은 지난해 집값이 30% 가까이 폭락했지만 올 초 1·3부동산 대책을 통해 세제·대출이 완화되면서 다시 활기를 찾았다. 아울러 GTX-A노선 조기 개통 소식과 삼성전자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등 대규모 개발도 호재로 작용했다. 수요가 몰리며 집값도 최고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회복했다.

/ 자료=아실
/ 자료=아실

업계에선 9월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이 중단되고 대출 규제 강화, 고금리 기조 지속 등의 영향으로 최근 주택시장이 위축되자 동탄도 가격 조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12월 셋째 주(1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동탄이 속한 화성시는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11% 하락하며 2주 연속 내림세다.

매수심리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12월 둘째 주(11일 기준) 경기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1에서 88.2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수요와 공급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올 초 67.2까지 떨어졌다가 8월 말 90을 넘기며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요가 끊기며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동탄신도시가 위치한 화성시에선 아파트 매물이 3개월 전 대비 16.6%(8689→1만132건) 증가했다. 이는 경기도 시군구 가운데 포천시(22%)와 과천시(20.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매물 증가율이다. 증감 물량으로 따지면 가장 많다. 올해 집값 회복세를 주도했던 동탄2신도시 내 오산동(27%), 산척동(25.2%), 송동(21.1%) 등에서 매물 적체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탄은 다른 지역에 비해 금리와 정책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집값의 과열과 냉각이 반복되고 있다”며 “반응이 빠르다 보니 최근엔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내년엔 특례보금자리론이 모두 중단되고 별다른 부양책이 없는 만큼 올 초 시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