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네이버·카카오, 경영실적 희비···내년은 규제 리스크 변수
최수연·정신아 두 여성 CEO, 내년 위기 대응 능력 시험대

사진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 사진 = 각사
최수연 네이버 대표(사진 왼쪽)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 사진 = 각사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우리나라 양대 포털인 네이버, 카카오 한해가 극명하게 갈렸다. 네이버는 광고 시장 침체에도 주요 사업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고, 인공지능(AI) 기반 신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였다. 반면 카카오는 영업이익이 5개 분기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고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김범수 창업자 등 주요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내년 경영환경도 척박하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의 양대 플랫폼을 겨냥한 포털 뉴스 ‘길들이기’ 뿐만 아니라, 독과점 플랫폼 규제 움직임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이끄는 젊은 CEO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네이버는 광고 경기 둔화에도 커머스·콘텐츠 등 주요 사업부문이 고성장을 기록하며 매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회사는 올 하반기 신규 AI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며 AI 사업 관련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와 검색 AI 서비스 ‘큐:’를 선보였다. 지난달 30일엔 큐:를 네이버 통합검색에 적용했고, 내년엔 모바일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반면 카카오는 콘텐츠 부문의 고성장에도 영업이익이 5개 분기 연속 전년 대비 하락했고, 거대언어모델(LLM) ‘코GPT 2.0’ 출시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카카오는 실적 반등 가능성도 낮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와 관련 수사선상에 오른 경영진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경영쇄신위원장)을 비롯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등이다. 카카오가 매주 월요일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있지만, 사법 리스크를 단기간에 수습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내부 갈등 봉합도 과제다. 서승욱 카카오 노동조합위원장은 “카카오 계열사 경영진에 대한 인적 쇄신이 지속돼야 한다”며 “노조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들에 대한 조사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 회사는 명확한 입장이나 조사 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우대, 멀티호밍(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제한 등을 제정안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플랫폼업계는 사실상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을 겨냥한 규제가 될 것이라며 시장 혁신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배민 등 주요 플랫폼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양대 플랫폼 모두 여성 CEO가 위기 돌파 능력을 검증받게 됐다. 최근 카카오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로 내정함에 따라, 네이버는 1981년생 최수연 대표가 카카오는 1975년생 정 대표가 이끌게 됐다. 두 여성 CEO 모두 규제 리스크 대응은 물론 신성장동력인 생성형 AI 사업 본격화와 콘텐츠·커머스 등 사업 확대란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정 내정자 성향 자체가 꼼꼼하고 조직 장악력이 좋은 편이다. 체계적인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지금의 카카오같은 구조를 싫어하는 편"이라며 "사업뿐만 아니라 대외협력 업무 등 규제 대응 역량도 갖췄단 평가가 있다. 이는 홍보 등 업무를 담당했던 최 대표 역시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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