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세 동갑내기 이규석·김윤구 사장, SW 전문성은 미비
각사 현안 대응에 초점···그룹 SW사업 내 양사 입지 애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왼쪽)과 김윤구 현대오토에버 사장.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왼쪽)과 김윤구 현대오토에버 사장. / 사진=현대차그룹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웨어(SW) 전문 계열사를 지향하는 두 계열사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에버의 수장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양사의 신임 수장은 SW 분야보다 현재 각 사가 직면한 주요 현안에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내정이 발표된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에 이어 전날 김윤구 현대오토에버 사장이 선임됐다.

두 사장은 1965년생으로 올해 58세를 맞은 동갑내기다. 이규석 사장은 전임자인 조성환 사장이 내년 임기를 시작하는 국제표준협회(ISO) 협회장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물러난 후 자리를 물려받았다. 김윤구 사장은 전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인 서정식 부사장이 KT의 현대차 계열사 주식 고가 매입 의혹에 연루돼 사임한 뒤 임명됐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지난 5일 경기 의왕시 소재 현대모비스 전동화 연구동에서 열린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지난 5일 경기 의왕시 소재 현대모비스 전동화 연구동에서 열린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공급망 관리 전문성 앞세워

내부 승진자인 두 사장은 각자 특정 분야의 업무를 줄곧 수행해 온 전문가로 사내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현대차·기아의 구매본부장, 부품별 구매실장, 구매전략실장 등을 지냈다. 김윤구 사장은 앞서 현대자동차에서 감사실장, 인사실장, 인사기획팀장 겸 글로벌인재전략팀장을 역임했고 현대건설에서도 인사실장을 맡았다.

두 최고경영자(CEO)가 갖춘 분야별 전문성은 SW와 직접 관련없지만, 현재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에버에게 각각 필요한 역량이라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등 미래차에 필요한 SW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최대 수익원은 기존 사업 분야인 부품 공급, A/S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신차용 부품을 납품하고 시장별 A/S용 부품, 장치를 공급하며 실적을 쌓아올리고 있다.

최근 완성차 생산단가 인상을 비롯해 미·중 무역 분쟁, 전기차 전용 소재, 원료 확보 경쟁 등이 심화하는 등 시장 내 공급망 이슈가 확대되는 실정이다. 현대모비스는 국내외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부품을 합리적인 단가로 원활히 조달하고 물류를 최적화하기 위해 외부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등 경영 수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사장이 부품의 최종 고객인 완성차 업체에서 차량 부품, 소재 수급 업무를 수행해온 이력을 통해 확보한 업계 네트워크를 무기로 현대모비스 사업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현대모비스가 그룹의 각종 첨단 사업에 동참한 상황에서 각 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차, 기아와 긴밀히 협조하는데도 역할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은 “이규석 사장은 차량용 반도체 등 주요 부품 수급이 어려운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중요 전략 자재를 적시에 확보했다”며 “이를 통해 완성차, 차량 부품의 생산 운영 최적화로 그룹 실적 개선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서울 강남구 현대오토에버 본사. / 사진=최동훈 기자
서울 강남구 현대오토에버 본사. / 사진=최동훈 기자

◇김윤구 현대오토에버 사장, 윤리경영 회복에 경영중점

김윤구 현대오토에버 사장은 차량용 SW 개발,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 등 기업 주력 사업에 관한 전문가가 아닌 점에서 이례적인 인사로 분류된다. 김 사장이 기업 경영윤리와 조직체계 개선 등에 특화한 인재로, 현재 현대오토에버가 처한 경영 이슈를 타개하려는 목표가 명확히 드러나는 인사라는 평가다.

완성차 업계, 검찰 등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11일까지 여러 차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KT그룹 계열사(KT 클라우드)가 과거 현대차그룹 총수일가의 친인척을 대표로 세웠던 기업을 시세보다 높은 주가로 인수한 의혹을 받고, 이 과정에 서정식 전 대표이사가 연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서정식 전 대표이사가 자진 사퇴하고 김 사장이 임명됐다.

김 사장이 재임 중 경영 윤리를 확보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동안 기존 경영진, 실무진을 기반으로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서정식 전 대표가 KT, 현대차그룹 정보통신기술(ICT) 본부장을 역임한 공학계열 전문가였지만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현대오토에버 주가가 보합세를 보였다. 현대오토에버가 일시적인 리더십 공백에 처해도 사업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오토에버는 “김윤구 사장은 그룹 인사실장, 감사실장 등 경영지원 중요 분야를 책임지며 그룹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췄다”며 “또한 조직 체계·업무 프로세스의 취약점 진단, 개선 경험이 풍부한 경영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24에 참석해 홍보할 신제품인 QL 디스플레이. /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24에 참석해 홍보할 신제품인 QL 디스플레이. / 사진=현대모비스

◇CES서 현대모비스 장치 홍보 주력, 오토에버는 불참

한편 두 계열사의 이번 CEO 인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SW 사업이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더욱 체계화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에버가 SW 솔루션 공급자로서 기업 정체성을 쇄신하고 있지만, 이에 더욱 속도를 내기보다 SW 아닌 분야 사업의 내실을 다지거나 경영 안정화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내년 1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국제가전박람회 CES 2024에 참석해 SDV를 중심으로 각종 신사업의 개발 경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가 참석해 별도 부스를 운영하지만 신규 개발한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전기차용 충전제어장치(ICCU) 등 장치와 관련 신기술을 공개하고 현지 고객사 확보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현대오토에버는 CES에 불참한다.

현대차그룹의 SW 관련 사업에 대한 양사 입지가 애매해졌지만, 각 사는 이와 별개로 SW 사업 역량을 확보하는데 힘써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SW와 기계, 반도체 등 구성 요소별 기술을 융합시켜 혁신적인 모빌리티 설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SDV 개발 과정을 표준화하는 등 작업을 통해 SDV에 탑재되는 SW의 품질을 향상시키며 2027년 SDV, 디지털전환(DX) 등 분야에서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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