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첫째,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보시고 느끼시기에도 그래야 합니다. 둘째, 다만 그 법안들은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죠? 그리고 수사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까지 들어있죠. (셋째) 무엇보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야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해 논란이다. 그는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장 계단 앞에서 ‘민주당에서 김건희 특검법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 입장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주장했다.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고 있고 ▲수사상황이 생중계되며 ▲민주당 등 야당이 내년 총선에 활용할 목적으로 시점을 특정했기 때문에 악법이라는 논리다. 발언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사실 세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한다(특검법안 3조)는 내용이다. 특검법안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이 소속된 교섭단체를 제외한 교섭단체(민주당)와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정의당)’이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그런데 해당 조항은 특검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조항이다. 교섭단체 모두에게 후보자 추천권을 줄 경우 사실상 여당의 협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의 부인에게 제기된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이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조항이 이례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과거 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특검’의 경우 민주당이 제외됐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최순실 특검’ 역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게는 후보자 추천권이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내곡동 사저 매입 사건’ 특검에서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에 추천권이 갔다.

둘째, 수사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12조)이 있다는 주장이다. 특검법안은 ‘사건의 대국민보고 조항’을 두고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는 특별검사보는 수사대상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대국민 보고 조항은 과거 한 장관이 수사 검사로 참여한 ‘최순실 특검’ 12조와 똑같다. 당시 수사팀의 수사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이 조항은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과 ‘드루킹 특검법’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물론 대국민보고 조항은 과거에도 국민의 알권리와 피의사실 공표와 충돌했다. 그러나 ”법 앞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라던 한 장관이 주장할 내용은 아니다. 김건희 여사에게는 예외를 적용하자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셋째, ‘민주당이 특검 시기를 특정’했다는 주장이다. 과정이 생략된 발언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올해 초부터 추진됐다. 총선을 몇 개월 앞둔 현시점에 결론 나는 건 여당인 국민의 힘이 지난 4월에 법안 상정에 반대한 탓이다. 이후 민주당과 정의당은 특검법을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특검법은 오는 22일 이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오는 28일 본회의 때 특검법을 처리할 전망이다.

한 장관은 김건희 특검법이 추진되는 원인이 자신이 지휘·감독하는 검찰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시점은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20년 4월이다. 검찰은 2021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범 4명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나, 전주(錢主) 의혹이 짙은 김 여사에 대해서는 수사에 진척이 없다. 검찰이 수사를 뭉개는 동안 권 전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 법원은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한 장관은 ‘공공선’을 추구하며 공직생활을 해왔다고 발언했다. 특정인을 ‘맹종’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그의 믿음을 반박할 순 없다. 그러나 김 여사 비위 혐의를 덮고 가자며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한다면 국민들은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거나 그렇게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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