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대금 6.4조 조달 목적 3조원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 추진
팬오션 시가총액 1.5배 규모 유상증자···“팬오션 주주가치 희석 불가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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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하림그룹이 HMM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팬오션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팬오션 주주들이 들끓고 있다. 팬오션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이 자기 몫으로 배정된 유상증자 납입액을 전부 책임질지조차도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팬오션 소액주주들의 자금을 동원해 HMM을 인수하는 방식의 유상증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림그룹이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논란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림그룹은 과거 팬오션 인수 당시 무상감자와 NS홈쇼핑 상장폐지 당시에도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 팬오션 3조 유상증자 추진 ‘논란’

20일 한국거래소는 팬오션에 이날 오후 6시까지 유상증자 추진 가능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전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한 매체를 통해 HMM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약 3조원 규모의 팬오션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다.

이와 관련해 팬오션은 이날 장 종료 이후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당사의 유상증자 추진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답했다.

하림그룹은 지난 18일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HMM 주식 약 3억9879만주(57.9%)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림그룹은 ‘팬오션-JKL 컨소시엄’를 구성해 HMM 경영권 매각 입찰에 참여했으며 인수가로 6조42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팬오션 유상증자로 조단위 자금을 마련하고 JKL파트너스가 7500억원, 나머지는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했다. 유상증자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기로 했으며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인수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계산상 JKL파트너스가 맡은 7500억원을 제외하면 하림그룹은 5조7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3분기말 기준 팬오션의 현금성및현금성자산은 4604억원에 불과하다. 선박 등이 대부분인 유형자산의 장부가액은 5조9000억원 수준이다.

하림그룹으로서는 팬오션 유상증자를 최대한 크게 일으키고 인수금융 금액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다.

하지만 팬오션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기준 2조1383억원에 그친다. 3조원의 유상증자는 시가총액의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팬오션 최대주주인 하림지주가 자기 몫으로 배정된 유상증자 자금을 온전히 낼지도 불투명하다. 하림지주의 팬오션 지분율은 54.7%로 부담해야 할 자금만 1조1697억원에 달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기존 팬오션 주주들의 주주가치 희석은 불가피하다”며 “하림지주의 별도기준 보유 현금성 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은 610억원에 불과해 유상증자시 지분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양 연구원은 팬오션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기존 7000원에서 45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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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림그룹, 소액주주 주주가치 훼손 논란 빈번?

하림그룹이 상장 계열사의 소액주주 권리를 침탈한다는 논란은 종종 제기되어 왔다.

지난 2015년 하림그룹이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법정관리 상태였던 팬오션을 인수할 당시 변경회생계획안에 따라 1.25 대 1의 무상감자 이후 제 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가 진행됐다.

당시 팬오션 소액주주들은 무상감자가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입게 된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하림그룹은 감자가 무산될 경우 팬오션 인수를 철회하겠다고 밝혔고 결국 하림그룹의 뜻대로 진행됐다.

2017년 6월 30일 상장한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 역시 공모자금을 팬오션 인수금융 상환에 3300억원, 자회사 증자에 800억원 등 4개월만에 다 소진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2021년 11월에는 하림지주가 당시 상장사였던 엔에스쇼핑(NS쇼핑)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위해 엔에스쇼핑 주주들에게 1대 1.41347204 비율로 신주를 발행하고 엔에스쇼핑 주식을 받는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의결했다.

당시 엔에스쇼핑 자회사였던 하림산업은 2016년 양재동 물류센터를 매입해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와 갈등이 불거지면서 인허가가 5년 이상 늦어졌다. 인허가가 지연되며 발생한 1500억원 이상의 금융비용과 500억원의 유상증자 금액 등은 결국 당시 상장사였던 엔에스쇼핑 주주들의 부담이었다.

2021년 감사원이 하림 손을 들어주면서 양재동 물류센터 인허가는 가시화됐다. 하지만 인허가가 가시화되자 엔에스쇼핑 완전자회사를 추진했다. 이를 놓고 하림그룹이 소액주주들과 고통은 분담했지만 이익은 나누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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