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음악가 국제대회 제패···오케스트라·작품 등 저변은 여전히 열악 ‘지적’
국공립 대비 민간 클래식 음악계 고충···유인촌 “가내수공업 수준 벗어나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한국 음악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국내 클래식 음악 저변은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연주자 개인이나 가족이 음악가가 되기 위한 노력과 비용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고, 그렇게 실력을 쌓아도 능력을 펼칠 무대가 마땅치 않다. 한국 작품 창작 및 공연 활성화, 민간 클래식 단체 지원 강화 등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벤처 창업 활성화 등 예술 분야를 산업적으로 접근할 방안을 모색하겠단 구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클래식 분야 지원 및 활성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날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새 예술정책 수립을 위한 클래식 분야 현장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엔 유인촌 장관과 문체부 관계자, 예술인, 클래식 업계 및 단체, 국립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견을 교환했다. 

조성진, 임윤찬 등 한국인 음악가들이 국제 대회를 제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오케스트라나 작품은 여전히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클래식 음악계 현장간담회. / 사진=최성근 기자

유 장관은 “왜 우리의 오케스트라는 세계적이지 않은지, 왜 근사한 오페라 한 편 만들기가 힘든지 의문이 든다”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연주자나 성악가가 많고, 세계 무대에서 상도 받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뛰어난 역량이 왜 모이질 않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영조 작곡가는 “서양음악을 들여온 이후 우리 것을 정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문화적으로 종속돼 있다”며 “작곡가의 책임이 크지만, 근본적으로 연주자나 정부도 우리 것을 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대표는 “올해 국립오페라단이 올린 오페라는 모두 베르디 작품들이었고 예술의전당이 올해 공연한 작품과 내년에 공연할 작품도 모두 해외 것”이라며 “우리 얼굴인 오페라가 없기 때문인데 우리 언어로 쓴 오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한국의 정신을 알릴 수 있고, 우리만의 창작물을 지속 가능하게 연주할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파리 올림픽을 중심으로 해외 순회공연을 할 때는 한국 작품을 가지고 나갈 예정이고, 2025년에도 작품을 위촉해 한국 창작곡으로 정기 공연을 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민간 클래식 음악계가 겪는 고충도 지적됐다. 고진영 클림오케스트라 단장은 “국립 같은 경우 단원들이 연주에 치여서 어려움을 겪는데 민간은 그 연주 하나가 없어서 영업을 해야 한다. 국공립의 경우 연주가 많고 적음에 관련없이 월급을 받지만 코로나 당시 민간은 (일정이) 없어 연주 하나를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클래식 음악계가 산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유 장관은 “예술 쪽을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 가내수공업처럼 일하고 있다. 기업의 세금 혜택과 같은 정책적 배려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는 이런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클래식도 산업적으로 접근해 우리가 좋아서 하는 예술 행위로 끝내지 않고 벤처 창업을 하는 등 생각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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