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공사비 인상 여파 사업성 악화···공급 과잉 겹쳐
HDC현산, 물류센터 매각 난항 PF 대출 떠안아
미착공 사업장 급증···“투자금 상당수 부실 위험 노출”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물류센터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면서 급성장했지만 공사비·금리 인상으로 사업성이 악화된 가운데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자금 경색으로 인해 미착공 사업장도 늘면서 자칫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995억원 규모 경기 안성 가유지구 물류센터 PF 대출을 인수하게 됐다. 물류센터의 책임준공 기한을 이행하지 못하면서다. 이 물류센터는 연면적 약 9만6016㎡(지하 2층~지상 4층)의 대형 물류창고다. 차주인 시행사가 2021년 5월 본 PF 대출을 받았다. HDC현산은 차주의 채무를 인수해야 하는 책임준공 확약을 했다. 앞서 사업지는 시행사의 인허가 지연으로 착공이 미뤄졌다. 시행사가 물류센터 선매각에 나섰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해 대출 및 책임준공 기한 연장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HDC현산은 오는 29일까지 빚을 상환한 뒤 사업장 매각을 통한 처분대금으로 회수할 계획이다.

물류센터 개발사업은 경우 개발 완료시점 전후로 임차인을 섭외하거나 운영업체 등에 매각하며 사업 수익을 확보한다. 하지만 공사비와 금리가 상승하면서 물류센터 가격이 비싸게 책정돼 많은 사업장이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물류센터를 사겠다는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자산 가치가 비싸게 책정되다보니 임차인 등 수요자의 요구조건 역시 높아지면서 인수자를 찾더라도 협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그래픽=시사저널e

공급 과잉은 매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마스턴투자운용이 파악한 올해 3분기까지 수도권 물류센터 공급량은 약 130만평으로 이미 지난 한 해 동안 기록했던 공급량을 초과했다. 이런 가운데 3분기 한국 물류 투자 시장 규모는 약 8850억원으로 전년비 46% 감소했다. 투자는 줄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과잉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공실률도 치솟고 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기업 CBR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물류센터(연면적 3만3000㎡이상) 평균 공실률은 17%로 지난해(10%) 대비 7% 포인트 상승했다.

다른 시공사들이 짓는 물류센터도 비슷한 상황이다. SGC이테크건설이 시공한 인천 원창동B1물류센터는 지난달 말 550억원 규모 PF 대출 만기를 연장했다. 원창동B1물류센터는 7104㎡ 대지에 지어지는 저온물류창고다. 지난해 말 준공을 마쳤지만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본을 대출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물류센터 미착공 현장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마친 물류센터 개발건수는 55건이다. 이 가운데 실제 착공에 들어간 건수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착공뿐 아니라 착공 개시 후에도 금리 인상으로 인해 본 PF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 사업의 PF 자산유동화증권(ABS) 금리가 최근 8~9%대로 증가해 개발업자가 본 PF 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물류센터 완공 시기가 연기되고 있다”며 “사업성 악화로 착공하지 못한 것을 고려했을 때 투자금 중 상당수가 부실 위험에 처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겪고 있는 PF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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