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자금조달 나서
자금 일부 차입금 상환 및 소액주주 신뢰 저하 이슈는 부정적 요인
내년 업황 개선 기대감과 최대주주 유증 참여는 흥행에 긍정적 평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LG디스플레이가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유상증자에 나서는 가운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달한 자금 일부를 차입금 상환에 쓴다는 점은 흥행에 부정적 요인이나 최대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내년 디스플레이 업황 개선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분석된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3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이번 증자로 발행할 신주는 약 1억4200만주이며 기존 발행주식 대비 신주 비율은 39.74%다. 예정 발행가는 20% 할인율을 적용한 9550원으로 최종 발행가는 내년 2월 말에 결정된다. 이번 유상증자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대신증권이다.

LG디스플레이가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2004년 상장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흥행 여부가 주목된다. LG디스플레이는 2011년과 2018년 자금 조달 수요가 발생하며 유상증자설이 돌았지만 차입 확대와 같은 방법으로 급한 불을 껐었다. 올해 초 역시 유상증자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최대주주인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빌리며 시장 우려가 가라앉은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소액 투자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가치 희석은 물론 그동안 유상증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던 것과는 상반된 결정으로 주주 신뢰를 저버렸다는 주장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앞선 10월 25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자금 조달 이슈와 관련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직 제일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며 “주식시장 보다는 아직도 금융시장에서는 신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으로 국책은행이나 주요 대형 시중은행을 포함한 거의 모든 금융기관으로부터 비교적 저금리 장기물 조달 추진이 계속 원활히 이뤄지고 있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유상증자설은 꾸준히 제기됐으나 다른 대안으로 극복할 것으로 회사에서 밝혀 왔다”며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높아지는 투자자금 및 운용자금으로 추가 자금 확보 필요성 커졌고 최근 경영진 변화로 자금 확보 계획이 빨라진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짚었다.

여기에 조달하는 자금 중에서 일정 부분이 차입금 해소에 쓰이는 점도 흥행 저해 요소로 분류된다.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공시에 따르면 1조3600억원 중 30%가량인 3936억원을 채무 상환용으로 쓸 계획이다. 이에 일각에선 재무부담에 무게가 실린 유상증자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의 순차입금은 지난 3분기 말 12조4700억원 규모로 2021년 말 대비 5조원가량 늘었다.

다만 LG디스플레이가 내년부터 수익성 회복이 시작될 수 있다는 부분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분류된다. 다수 증권사는 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는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키움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IT 및 전장 OLED를 통한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내년 영업이익으로 2299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봤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비교 우위를 보이는 대형 OLED 시장이 내년 회복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탓에 최근 수요가 감소했지만 OLED TV 패널 시장은 올해 570만대에서 2024년 689만대, 2027년에는 1049만대로 연 평균 성장률 16.5%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내년의 경우 TV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파리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가 예정돼 있다. 

약점으로 꼽혔던 중소형 OLED 시장에서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재원의 30%를 중소형 OLED 시설 투자에 투입한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와 관련해서 애플의 아이패드 패널 생산, 차량용 OLED 사업 확대 등으로 점유율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LG디스플레이 지분 37.9%를 보유하고 있는 LG전자가 적극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부분도 호재다. LG전자는 신규 발행주 가운데 배정 물량의 120%에 해당하는 5173만7236주에 대해 청약할 계획이다. 예정발행가액인 9550원으로 계산하면 약 5000억원 규모에 해당한다. 통상 최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는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한편 이날 LG디스플레이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1.05% 하락한 1만950원에 장을 시작한 LG디스플레이는 전날 대비 1.87% 내린 1만2080원까지 하락폭을 줄였다가 3~4%대로 하락한 1만1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그만큼 투자자들이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유불리를 달리 해석하고 있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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