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청구한 추미애, 사건심의 등 모든 직무에서 배제됐어야”
판사사찰, 채널A 의혹 개입 등 ‘실체적 하자’ 여부 판단은 없어
대리인 손경식 “‘법무부 의도적 패소’ 주장은 사법 질서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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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시절 받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행정소송 2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승소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징계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면서 그에 터 잡은 징계처분은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1-1부(심준보·김종호·이승한 부장판사)는 19일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 2개월 징계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징계를 청구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징계 절차에 관여한 것은 검사징계법상 제척 규정과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징계법은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사건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징계청구자를 사건심의에 직접 참가하는 것은 물론, 그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직무에서 배제한다는 의미다”면서 “징계청구자인 법무부 장관이 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제1차 심의기일을 지정·변경한 행위는 검사징계법에 어긋나 위법하다”라고 했다.

이어 “또한 징계청구자인 법무부 장관이 이 사건 징계청구 후 제1차 심의기일이 임박해 징계위원을 신규 위촉한 행위, 나아가 그를 위원장 직무대리로 지정함으로써 불편부당한 결정 주체여야 할 징계위원회의 구성을 위법하게 변경한 행위는 적법절차의 원칙과 검사징계법에 어긋나 위법하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 및 징계의결의 각 ‘정족수 요건’에도 흠결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1·2차 징계위 심의를 거치면서 징계위원 5명에 대해 기피를 신청했으나 ‘기피신청권 남용’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바 있다.

이에 재판부는 “기피 여부 의결의 요건(재적위원 과반수)에 미달하는 3인 이하의 위원만 출석해 기피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적법한 기피 여부의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기피신청을 받은 위원들이 모두 참여해 이 사건 징계의결을 한 것은 위법하다”라면서 “심의 개시 정족수에 미달하는 수의 징계위원들만 사건심의 및 징계 의결에 참여한 점도 위법하다”라고 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심재철 검찰국장이 작성한 진술서를 주요한 증거로 채용하고도 원고에게 이를 탄핵하기 위한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이 역시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과 관계 법령을 위반한 하자들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원회의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 및 그에 터 잡은 이 사건 처분 또한 위법해 취소를 면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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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 사진=연합뉴스

◇ 법무부의 패소할 결심?···윤석열 대리인 "사법 질서 모욕" 작심 비판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 12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배포하고, 채널A 의혹 사건 감찰과 수사를 방해했다는 이유 등으로 법무부에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징계 사유 3건이 인정된다며 징계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승소한 법무부가 윤 대통령이 당선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법무부 대리인을 교체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법무부가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소송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는 의심이 반영된 평가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의 대리인 손경식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는 선고 직후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손 변호사는 1995년 윤 대통령의 검사 초임지였던 대구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으로 현재까지 두터운 신뢰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변호사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행정소송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1심에서 승소한 당사자가 어떤 행동을 취한다고 해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행정소송은 민사소송과 달리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고 판단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법무부가 의도적으로 패소했다)은 우리 사법 질서를 모욕하고 폄훼하는 참 질 낮은 발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담을 수 없지만 가능한 최상의 아주 극단적인 비난을 하고 싶은 게 제 심정이다”라고 했다.

판결 결과에 대해서도 손 변호사는 “저희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것처럼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이 사건 징계는 절차에도 위법이 매우 컸고 또 실질적 사유를 든 내용들도 정치권과 권력이 결탁한 이에 부주의하게 속은 또 일부 언론이 과시한 결과 만들어진 그런 사건이었다는 저희 주장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2심 재판부는 사건 초기부터 판결까지 모든 쟁점을 정리할 기회를 주셨고, 적어도 심리가 미진했다거나 판단 대상을 놓친 판단 일탈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을 것 같다”면서 대법원 상고 없는 사건 종결을 희망하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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