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에 우리사주 1인 평균 차익 7.7억···지난해 직원 1인 평균임금 12배
SK바이오팜 직원들은 조기퇴사로 대박···퇴사 안한 카뱅·카페·크래프톤은 ‘빚더미’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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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코프로머티) 주가가 상장 한 달 만에 공모가의 6배 수준까지 급등하면서 우리사주를 신청한 직원들은 고민에 잠겼다.

에코프로머티 주가 급등으로 직원 1인당 우리사주 평가차익만 7억74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급여의 12배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사주로 받은 주식은 상장 후 1년 동안 처분이 불가능하다. 매도하기 위해서는 퇴사를 해야 한다.

앞서 비슷한 사례를 보여준 SK바이오팜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을 살펴보면 우리사주를 처분하기 위해 퇴사했던 직원들은 거액을 챙겼다. 반면 회사에 남기를 선택한 직원들은 대부분 1년 뒤 주가가 하락하며 실현수익이 크게 줄어들거나 빚을 떠안게 됐다.

◇ 에코프로머티, 1인당 우리사주 평가차익만 '12년치' 급여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코프로머티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6.04%(4만4000원) 급등한 21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에코프로머티는 지난달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공모가는 3만6200원이었다. 상장 한 달만에 주가가 공모가의 5.88배로 치솟은 것이다.

에코프로머티 주가는 파죽지세다. 상장 첫날인 지난 17일 공모가 대비 58.01% 급등한 5만7200원에 장을 마쳤고 상장 2일차인 20일과 3일차인 21일에는 상한가를 연달아 기록했다. 이후에도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는 상장에 앞서 실시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7.2대1의 부진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3만6200∼4만4000원) 최하단인 3만6200원으로 결정했다. 공모주식 수도 당초 계획했던 1447만6000주에서 1158만800주로 줄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에코프로머티는 전체 공모주식 수의 20%인 231만6160주를 우리사주에 배정했다. 에코프로머티 청약가능 대상 직원 565명 중 529명이 청약의사를 표시했고 우리사주 몫으로 배정된 공모주 전량을 공모가 3만6200원에 매입했다. 1인당 평균 청약대금은 1억5800만원이다. 에코프로머티가 직원들에게 1억5000만원의 무이자대출을 지원해줬던 영향이 컸다.

에코프로머티 직원들의 1인당 우리사주 평가차익은 이날 종가기준 7억7410만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에코프로머티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6500만원이다. 올해 3분기까지는 1인당 평균 4337만원을 받았다. 4분기까지 추정하면 5754만원 수준이다. 물론 성과급이 따로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와 크게 차이나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에코프로머티 직원들이 우리사주를 장내매도하면 12년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사주는 1년 동안 보호예수가 걸려있어 매도가 불가능하다. 우리사주를 처분하려면 퇴사를 해야 한다. 퇴사하면 한 달 뒤 주식이 자신의 계좌에 입고된다. 에코프로머티 직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에코프로머티는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우리사주 외에도 상당수 직원들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175명에게 제공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207만2500주는 행사가격이 2691원에 불과하다. 임원과 달리 직원들에게 부여된 주식매수선택권은 행사 직후 장내 매도가 가능하며 회사가 주식 대신 차액보상형을 선택해 현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 다만 기간별로 행사물량이 제한되어 있어 최소 2년 이상 근무해야 전량 행사할 수 있다. 이외 263명에게 추가로 지급한 주식매수선택권 역시 행사가격이 2만8500원에 불과하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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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주의 역설···퇴사시 ‘대박’ vs 계속 다니면 빚더미 ‘우려’

우리사주가 대박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0년 7월 2일 상장한 SK바이오팜이 대표적이다. 당시 SK바이오팜은 공모가 4만9000원에 상장했다. 당시에도 전체 공모주식 수의 20%인 266만2650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배정했다.

SK바이오팜 직원들은 상장 직전에 1인당 평균 1만1820주, 5억7918만원어치에 달하는 우리사주를 배당받았다. SK바이오팜 주가가 상장 후 한 때 공모가의 5배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1인당 우리사주 평가차익이 20억원에 달하는 직원들이 속출했다. 결국 상장 직후 전체 임직원 218명 중 15%에 달하는 34명 직원이 퇴사했고 이들은 우리사주를 처분해 현금화했다. 1인당 실현한 차익은 최소 16억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년 뒤 SK바이오팜 주가는 13만5000원으로 반토막 났다. 회사에 계속 다니길 결정한 직원들은 우리사주를 매도해도 퇴사한 직원들 대비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받아야 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크래프톤은 우리사주가 발목을 잡는 빚더미로 전락한 케이스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6일 공모가 3만9000원으로 상장했다. 당시 전체 공모주식 6545만주의 19.5%에 해당하는 1274만3642주를 우리사주에 배정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직후 급등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2022년 5월 중순부터는 공모가 이하로 떨어졌다. 우리사주 보호예수 마지막날인 2022년 8월 5일에는 결국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3만230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페이 역시 2021년 11월 3일 공모가 9만원에 상장했고 전체 공모주식수 1700만주 가운데 20%인 340만주를 우리사주에 배정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 주가는 상장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고 우리사주 보호예수가 끝난 지난해 11월 3일 주가는 공모가의 3분의 1 수준인 3만7750원까지 떨어졌다.

크래프톤은 아예 상장 직후부터 공모가를 크게 밑돌며 우리사주를 신청한 직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우리사주를 신청한 직원들은 대부분 대출을 통해 우리사주를 신청한다. 상장 1년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 결국 우리사주를 신청한 직원들은 빚더미를 떠안는 셈이다.

특히 에코프로머티의 경우  2대 주주인 블루런벤처스가 상장 후 6개월부터 에코프로머티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에코프로머티 주가 전망에 악재다. 블루런벤처스는 펀드를 통해 1097만8545주(16.09%)를 보유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블루런벤처스의 오버행 우려가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블루런벤처스는 LG가 사위로 알려진 윤관 대표가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최근 LG가 상속소송에서도 관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금난에 유동성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냐는 세간의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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