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거주 후 개인 간 거래 가능해져
LH강남브리즈힐, 전매제한 풀리고 8억 뛰어
“자가주택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계약자가 갖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이른바 ‘반값 아파트’에 대형 호재가 등장했다. 공공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집을 파는 일이 가능해지면서다. 민간 분양 단지에 비해 절반 이상 낮은 분양가로 살다가 시세차익을 거둘 수 길이 열린 셈이다.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딛고 자가주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토지임대부 주택에서 10년 거주 후 개인 간 거래를 허가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법상 토지임대부 주택은 의무 거주기간 10년이 지나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만 거래할 수 있다. 앞으로는 토지임대부 주택에 10년을 거주하면 개인 간 거래가 자유로워진다.

또한 10년 이내 공공 환매 시 매입금액도 보유기간에 따라 차등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실거주 의무 기간 내에 특별한 사유 없이 이사하려면 분양가에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를 더한 수준으로 LH에 아파트를 팔아야 한다. 앞으론 전매제한 기간 내 해당 주택의 보유기간을 고려한 매입금액을 정한다. 구체적인 금액 수준은 대통령령에서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주택 매각 시 LH뿐 아니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지방공사에도 매도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내년 초부터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건축물 등 소유권은 분양받은 개인이 취득하는 주택 유형이다. 분양가격이 저렴해 반값 아파트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지만 개인 간 거래가 어렵고 시세차익이 거의 없다는 점에 발목이 잡혔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토지임대부 주택에선 계약 포기자가 속출했다. 이곳은 6월 사전청약 당시 청약 경쟁률이 특별공급 14대 1, 일반공급 34대 1로 높았다. 강남 생활권임에도 전용면적 49㎡ 분양가가 3억원대로 시세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당첨자 중 부적격자를 제외한 491명 중 152명(31%)이 스스로 분양을 포기했다. 계약한 사람은 이번 법안 통과로 개인 간 거래가 허용되면서 입주 10년 뒤인 2037년엔 건물값만 받고 팔 수 있게 됐다.

앞서 공급된 토지임대부 주택의 시세가 크게 뛰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가 수요를 끌어당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2011년, 2012년 각각 공급된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은 전용 84㎡ 분양가가 2억원대 초반(토지임대료 30만~40만 원대)이었다. 전매 제한(5년)이 끝난 후 매매가가 8억원대로 오르며 수분양자가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뒀다. 당시 로또청약 논란이 커지면서 국회는 2020년 주택법을 개정해 토지임대부 주택을 LH에만 팔 수 있도록 했다.

연내 서울에선 강서구 마곡의 택시 차고지를 개발한 ‘마곡 16단지’(마곡동 753 일대)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사전신청 방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608가구 중 절반인 304가구는 공공분양, 나머지 절반은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단지는 지하철 9호선인 마곡나루역 인근에 조성된다. 내년 하반기 착공해 오는 2027년 입주 예정이다. 이번 토지임대부 주택이 내년 반값 아파트 시장을 내다보는 가늠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재산권 행사가 어느 정도 가능해진 만큼 흥행을 점치는 분위기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산권 환매 정책은 토지임대부 주택 사업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며 “개인 간 거래를 통해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다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함은 물론 자가주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매제한이 풀린 뒤 주택을 사는 사람 역시 토지임대료를 내야 하긴 하지만 시세차익이라는 장점으로 상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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