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장 개화 기대감에 미국 반도체 기업 투자 ETF도 호실적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 AI 테마 지속 가능성에 장밋빛 전망
기대와 다른 상황 전개 시 차익 실현 클 수 있어 리스크 크다는 지적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올해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인 가운데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는 미국 빅테크(BigTech·대형 정보기술기업)와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리 인상 탓에 부진했던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이 올 들어 반등한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내년에도 금리 사이클 변화와 AI(인공지능) 혁신 가능성 등에 미국 빅테크의 선전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 다만 빅테크의 실적과 시장금리가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경우 되레 차익실현의 단초가 될 수 있어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올해 ETF 수익률 상위권 싹쓸이한 미국 빅테크와 반도체

1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FANG플러스(H)’ ETF는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91.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면 전체 ETF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코스피가 이 기간 15%, 나스닥 지수가 40.2% 상승한 것을 넘어서는 수치다. 

이 ETF는 미국 IT업계를 이끄는 메타(과거 페이스북, F)·아마존(A)·넷플릭스(N)·구글(G) 등 4개 기업을 비롯한 미국 대표 기술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ETF의 포트폴리오 비중 상위 종목인 메타와 엔비디아, 테슬라가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 각각 168%, 241%, 134.5% 급등한 것이 성과에 큰 보탬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표=정승아 디자이너.

미국 빅테크에 투자하는 다른 ETF 역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미국 상위 테크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는 올 들어 83.85%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레버리지 ETF를 제외하면 두 번째로 높은 성과다. 이 ETF 역시 올 들어 상승률이 두드러졌던 엔비디아와 테슬라, 메타 등 기업의 편입 비중이 높았다. 

빅테크 중에서도 반도체주에 집중한 ETF에서도 성과가 좋은 종목들이 다수 나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는 81.45%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KODEX 미국반도체MV’ ETF는 77.91%의 수익률을 냈다. 두 ETF 모두 미국 반도체주 투자 비중이 높았고 그중에서도 엔비디아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빅테크와 반도체 관련 ETF는 지난해만 해도 이렇다 할 힘을 쓰진 못했다는 점에서 올해 성과가 주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미래 가치가 할인되면서 성장주들이 타격을 받은 영향이었다. KODEX 미국FANG플러스(H)의 경우 지난해 연간 수익률이 -44.36%로 극도로 부진한 바 있다.

그러다 올 들어 저가 매수세와 함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감돌면서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미국 오픈AI의 생성형 AI인 ‘챗GPT’가 AI 시장을 흔들면서 빅테크가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반도체 업종의 경우 업황 부진 속에서도 AI향 수요 확대 기대 속에 가파른 주가 상승 움직임을 보였다.

◇ 내년 역시 긍정적 전망 다수···리스크 커졌다는 목소리도

내년 역시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기대가 감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까지 시사하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개선될 여지가 남은 까닭이다. 연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내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4.6%로 예상했는데 이는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밴드 상단인 5.5%에서 3차례의 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이다.

특히 AI가 내년에도 대세 테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AI 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으로 AI 시장 확대가 이들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아울러 AI칩 부문에서는 엔비디아와 AMD가 시장 수요를 확인시켜주고 있어 실적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발표한 내년 ETF 투자 전략 보고서를 통해 “AI, 반도체 테마는 펀더멘털이 둔화되고 통화정책이 정점을 통과하는 환경에서 성장의 희소성이 가장 돋보이게 될 대표적인 테마 중 하나”라며 “AI 산업의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동안 2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활용 범위가 늘어날수록 이러한 전망은 더욱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AI가 미국 빅테크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는 있지만 당장 실적으로 이어지기에는 시장 초입 단계에 그치고 있고 경쟁도 치열하다”며 “AI칩 역시 초기 발생했던 수요가 채워지고 나면 일정 기간 수요가 둔화되는 국면에 나올 수 있는데 이 경우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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