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남 조현준 진술서 등 증거제출에 차남 조현문 ‘부동의’ 의사
형사소송법상 원진술자 불러 신문해야···재판부 증인 채택, 기일은 미정
父 조석래 증인 채택은 보류···삼남 조현상은 내년 2월5일 증인신문

효성그룹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 사진= 연합뉴스
효성그룹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 사진= 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동생 조현문 전 부사장의 강요미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의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도 내년 2월 증인신문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효성그룹 3형제가 모두 법정에서 만나게 될 전망이다.

18일 시사저널e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조현문 전 부사장을 기소하면서 형 조현준 회장과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의 진술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조 회장 등은 조 전 부사장이 사실과 다른,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자료 배포를 요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회사의 비리를 검찰에 제보하겠다는 등 협박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이들의 진술서가 자신의 형사재판에 증거자료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부동의 의사를 밝혔다. 피고인이 공판에서 증거 부동의를 하면 검사는 부동의 된 증거들을 다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형사소송법상 원진술자를 증인으로 신청해 진정 성립을 확인해야 한다. 법원은 조현준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며, 아직 구체적인 신문 일자는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부사장은 진술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똑같은 양식으로 작성되는 등 고소인을 대리하는 변호사 측에서 임의로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난 기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운 부회장은 자신의 진술서 작성에 김앤장 변호사가 도움을 줬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 이 부회장은 진술서에서 ‘보도자료 배포를 요구하며 찾아온 조 전 부사장의 대리인(공아무개 변호사)을 조현상 부회장과 함께 만났다’라거나 ‘당시 조석래 명예회장이 부재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하기도 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법정 출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고인 측에서 조 명예회장의 진술서에 증거부동의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조 명예회장의 건강상 이유 등으로 증인채택이 보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내년 2월5일 삼남 조현상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이번 증인신문 역시 조 부회장의 진술서에 조 전 부사장이 부동의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뤄진다. 조 부회장은 ‘중공업 관련해서 마찰음이 들려왔다’ ‘(조 전 부사장이) 과도하게 감사를 진행했다’ ‘후배라는 변호사가 찾아와서 (조 전 부사장이) 중공업에서 탁월한 성과 냈다는 내용으로 효성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왼쪽부터)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 조석래 명예회장, 조현상 부회장/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왼쪽부터) 효성그룹 장남 조현준 회장, 조석래 명예회장, 삼남 조현상 부회장.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부터 조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주장하며 고소·고발해 ‘형제의 난’을 촉발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며 2017년 맞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조 전 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했다. 2013년 2~7월 부친인 조 명예회장과 친형 조 회장을 상대로 검찰에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자신이 회사 성장의 주역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 배포와 비상장주식 고가 매입을 요구하다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이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2011년 8월 효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뒤 ‘조 회장이 계열사 간 부당지원에 관여돼 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조 명예회장은 조 전 부사장에게 “가족 간 분란을 일으킨다”며 질책했고, 그 이후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2012년 말 배우자가 사내에서 외도했다는 소문이 돌자, 이를 조 회장이 그룹 홍보팀에 지시해 유포했다고 의심하고 2013년 2월 퇴사했다. 그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1월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의 박수환 전 대표와 해당 소문의 유포자를 찾고, 퇴사와 관련한 언론 대응을 한다는 명목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부사장 측은 2013년 2월 효성 본사를 찾아가 조 명예회장 측에게 ‘(조 전 부사장이) 효성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보도자료를 주고, 이를 배포하지 않으면 조 회장에 대한 비리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은 “보도자료가 사실과 다르다”며 요구를 거부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7월 박 전 대표를 통해 조 회장에게 배우자 관련 음해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을 경우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조 회장도 이를 거부했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의 요구 사항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4년 6~11월 효성 계열사 대표들과 조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공갈미수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지난 10월 고소기간이 지났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공갈미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라 친고죄에 해당하므로 고소기간(6개월)이 지났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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