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STON 주주가치액티브’ ETF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주주가치 확대 기대 기업에 투자···고려아연·한국알콜 비중 상위
행동주의에 투자자 관심 높아진 점 긍정적···결국은 성과 보여야 지적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첫 ETF(상장지수펀드)로 주주가치를 내세운 상품을 내놓은 가운데 시장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년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행동주의 관련 상품의 성과에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점은 풀어내야 할 숙제로 꼽힌다.

◇ 트러스톤운용, 주주가치 앞세운 첫 ETF 출시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의 ‘TRUSTON 주주가치액티브’ ETF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 ETF는 우량한 기초체력에도 낮은 주주환원율 탓에 저평가된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주주환원 개선 동기가 발생한 종목, 정부 정책 변화로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이 높은 종목, 주주 행동주의의 타깃이 됐거나 될 종목 등이 그 대상이다. 

이 ETF는 행동주의에 전문성을 지닌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처음 내놓은 상품이라는 점에서 시장 관심이 쏠린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주주 행동주의라는 용어조차 낯설었던 2013년 만도를 대상으로 주주 행동주의에 나섰고, 최근에는 태광산업과 BYC 등 상장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ETF가 담은 종목들을 살펴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색깔이 드러난다. 전날 기준 가장 큰 비중으로 담은 종목은 고려아연으로 6.81% 비중을 차지한다. 고려아연은 공동 창업자 가문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소액주주들을 우호 지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주주환원 개선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평가된다. 

13일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13일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포트폴리오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인 한국알콜산업(비중 5.21%)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미 주주행동주의에 나서고 있는 상장사이기도 하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오너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을 문제 삼으며 지난달 한국알콜을 상대로 이사회의사록 열람 및 등가 허가의 소송을 제기했다가 한국알콜이 이를 받아들이자 최근 소를 취하한 바 있다.

이 밖에 소액주주들이 주주환원율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메가스터디교육(5.17%),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5.1%), 올 들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는 CJ(5%) 등도 이 ETF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TRUSTON 주주가치액티브 ETF는 이들을 포함해 35개 종목을 담고 있다.

◇ 시장 반응 끌어낼 수 있을까···향후 성과 주목

주주가치를 앞세운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첫 ETF가 대중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우선 주주 행동주의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다 다양한 이슈를 낳을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흥행에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하는데 내년 3월 주총이 몰려있다는 점에서 그 시점이 곧 다가오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투자자들의 행동주의에 대한 관심은 관련 공모 펀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를 포괄하는 SRI펀드, 주식형 ESG펀드, 채권형 ESG펀드에 최근 한 달 동안 각각 823억원, 125억원, 727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에서 500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다만 수익률 관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올 들어 주주가치를 앞세운 ETF의 경우 수익률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주가치 유형의 ETF는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BNK 주주가치액티브’ 등이 있는데 이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7.08%, 16.13%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은 18.39%, 해외 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은 22%를 넘어선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 행동주의가 투자자들에게 익숙해졌지만 투자 상품으로서의 성과에 대해선 아직 의구심이 남아있는 상태”라며 “투자자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ETF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TRUSTON 주주가치액티브 ETF는 이날 1만85원에 장을 시작해 1만35원으로 장을 마쳤다. 거래량은 7만1706좌였고 거래대금은 7억1961억원이었다. 개인 투자자는 이날 이 ETF를 77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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