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불참 속 민주당 의원만 참석···“정부 안하무인 불참, 여당은 회의 방해”
“ODA 약속, 국가 신뢰·경제 부담 딜레마”···“유치전 과정 의구심, 국정조사 필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실패 원인을 살펴보기위한 국회 특별위원회 회의가 여당의원과 정부 관계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부의 판세 오판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규모 예산을 쓰고도 경쟁국에 대패하면서 국고를 허투루 쓴 부분은 없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단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유치과정에서 해외 각국에 약속한 공적개발원조 뒷수습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유치과정 전반을 돌아볼 국정조사 필요성도 제기됐다.

13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전체 회의는 야당 의원만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와 외교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측 관계자와 여당 의원은 전원 불참했다.

특위 야당 간사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치를 실패했으면 그 사유에 대해 점검한 다음 앞으로 이런 국가적 대사에 대해 얻은 교훈을 국민께 보고해야 하는데 정부는 유치위 관계자조차도 특위에 출석시키지 않고 여당은 앞장서 회의를 방해하는 모습”이라며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참담하다”고 말했다.

여야 간사 간 유치위 활동과 유치 실패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단 공감이 있었으나 여당은 회의 개최, 출석은 어렵단 말만 되풀이했단 비판이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민관 합산 175개국 정상과 장관 등 고위급 인사 3000여명과 면담하고, 정상외교 예산으로 당초 올해 책정된 249억원에 예비비 329억원을 더해 총 578억원을 지출했다. 그럼에도 사우디에 큰 격차로 패한 부분에 대한 정부 책임론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유치위와 특히 외교부가 어떤 보고, 판단을 했는지 파악하는게 긴급함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불출석하는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책임 방기, 직무유기로 엄중한 질책이 필요하다”며 “국토부, 기재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각국에 약속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외교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전체적으로 (엑스포 유치를 위해 예산을) 5000억원 넘게 썼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 ODA 같은 지원 공약을 많이 했다. 그 재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내년 예산에 ODA 자금을 많이 늘렸는데 이거 약속 안 지키면 대한민국 신뢰가 떨어지고, 약속을 지키자면 가뜩이나 경제 어려운데 대책 없이 퍼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13일 국회에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하고 있다. 유치 투표 결과 보고 및 현안 질의를 위한 회의다. 여당과 관련 국무위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 사진=연합뉴스
13일 국회에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하고 있다. 유치 투표 결과 보고 및 현안 질의를 위한 회의다. 여당과 관련 국무위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 사진=연합뉴스

유치 과정에서 친환경 등 부산이 가진 콘텐트를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단 지적도 제기됐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은 “스포츠 대회 유치는 호감 정도만 있어도 되겠지만, 엑스포틑 미래 산업, 기술이 어떻게 갈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부산은 스토리텔링을 할 만한 역사와 자원을 가진 도시다. 고리원전, 넓은 바다, 친환경 선박, 해상풍력 등을 토대로 미래사회가 친환경적으로 발돋움할는 산업, 기술을 보여줄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하는데 온통 한류에만 기댔다. 얼마나 게으른 접근인가”라고 비판했다. 

부산이 말로는 2035년 엑스포 유치에 다시 나서겠다면서도 실제론 재도전 의지가 없단 분석도 나왔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제대로 된 평가와 잘못에 대한 분석이 안 된 상태에서 또 도전하겠단 건 말에 불과하다. 우리 국민들은 29표 밖에 못받은데 가장 많이 놀랐다. 정부에서 2차 투표서 뒤집을 가능성이 있단 얘기가 나왔다. 알고도 말했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사과 담화문을 보면 본인은 (판세) 사실을 몰랐다는게 자명하게 드러났다. 밑에서 알고도 허위보고를 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하고, 그래야 다음에 일을 할 때 무엇을 공략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책임도 없고 회의를 회피하는 것은 2035년 도전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계획했던 지역 개발사업이 좌초되는게 아니냔 의구심도 제기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부산 방문에서 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부산울선경남 지역 발전을 위해 추진했던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과 북항 개발, 광역교통 인프라 확충 사업은 기존대로 추진한단 입장을 밝혔다.

김정호 의원은 “지난번 국토부 차관에게 유치 실패시에도 가덕도신공항이 차질없이 2029년말까지 개항되는지 물었으나, ‘그때 가봐야 알겠다’는 미심쩍은 구석을 남겼다. 정치적 상황이 변하고 유불리에 따라 말바꾸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이 특위 회의요구에 소극적이면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단 의견도 나왔다. 김 의원은 “회의 소집 요구에 불응한다면 국민적 의혹으로 크게 불풀어져 있기에 국정조사 요구를 해 진상을 가리고 국고를 낭비했다고 보여지기에 이 부분도 면밀히 따져 책임추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ODA 사업비가 많이 늘었다. 그동안 정상외교, 유치외교전을 벌이면서 그때마다 공약했을 것으로 보인다. ODA 사업의 내용까지 포함해 국정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박재호 특위 위원장은 “유치 실패와 관련된 사항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책임만 묻기보단 실패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도 있다. 이런 과정이 추후 우리나라가 도전하는 많은 국제대회 유치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엄중함에도 여당 위원과 정부 관계자가 오늘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여당이 참석 안 한다고 정부 부처도 불참하는 건 국회를 무시한 것이다. 비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국정조사 등 여러 가지를 여야 간사가 논의해 달라. 이번 유치실패를 교훈삼아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