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레나’, 14일 착공식 연기
CJ라이브시티, 공정률 17%서 공사 멈춰
“건설비용 증가 부담···특혜의혹도 걸림돌”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국내에서 추진 중인 대형 아레나(음악 공연에 최적화된 시설을 갖춘 대형 공연장) 사업이 줄줄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금리 인상과 공사비 급등으로 자금 조달 관련 부담이 커지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등 속도가 더딘 모양새다. 사업자와 시공사 간 특혜 의혹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서울아레나, 착공식 미뤄져···카카오 “건립 비용 재산정”

1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출자하고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복합문화시설 ‘서울아레나’ 착공식이 연기됐다. 카카오가 건립 예상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하면서다. 당초 착공식은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었다. 카카오는 서울 아레나 건립 관련 예상 비용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비용 재산정 및 이사회 의결을 거친 이후 착공식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아레나는 서울 도봉구 창동에 준공 예정인 최대 2만8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국내 최초의 대중음악 아레나(1만8269석)와 중형 공연장(2010석), 영화관(7개관), 대중음악지원시설, 판매, 업무시설 등 K-POP(팝) 중심의 복합문화시설이다. 사업비는 3120억원으로 책정됐고 2027년 준공이 목표였다. 착공이 밀리면서 준공 지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아레나 조감도 / 자료=한화 건설부문
서울아레나 조감도 / 자료=한화 건설부문

카카오가 착공식 연기를 요청한 건 수의계약 의혹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달 서울아레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한화 건설부문에 몰아주는 수의계약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자신의 SNS에 “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 같은 의혹을 키웠다. 카카오는 이에 관해 내부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카카오는 비용 재산정 및 이사회 의결을 거친 뒤 착공실을 진행한단 계획이다. 이사회 의결 일정과 착공식 예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사 중단’ CJ라이브시티, 사업 정상화 기로···경기도 결정이 관건

일산에 공급되는 ‘CJ라이브시티’도 2021년 10월 착공했지만 공정률 17%에서 공사가 멈춰 있다. 금리 인상과 공사비 급등 여파로 자금 부담이 커지자 사업 시행자 CJ그룹 계열사 ‘CJ라이브시티’가 시공사인 한화 건설부문에 공사 중단을 요청하면서다. 이에 따라 내년 6월로 예정됐던 완공도 무기한 미뤄지게 됐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공급 유예통보도 공사가 중단된 요인으로 꼽힌다. CJ라이브시티는 올 초 한국전력으로부터 상업시설 부지에 최소 2029년까지 대용량 전력공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설계를 변경하지 않는 한 아레나를 제외한 상업시설은 완공 이후 최소 3~6년간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전력 공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는 게 CJ측의 입장이다.

완공기한 연장도 이슈로 떠올랐다. CJ라이브시티는 CJ그룹이 축구장 46개 크기 부지(30만 2153㎡)에 6만명 수용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 음악공연장인 아레나와 상업, 호텔 등이 들어서는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5년 경기도가 고양 관광문화단지 내 추진하는 ‘K-컬처밸리 조성 공모 사업’에 CJ가 참여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CJ라이브시티가 세워지면 아레나를 중심으로 8조원 규모의 글로벌 팬덤 경제 유입 효과와 9000명 규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CJ라이브시티 조감도 / 자료=한화 건설부문
CJ라이브시티 조감도 / 자료=한화 건설부문

하지만 사업 계획 변경과 경기도의 인허가 승인 지연 등으로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당초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지만 2016년 말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CJ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절차에 이권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잠정 중단됐다. 이후 CJ가 기존 사업계획을 테마파크에서 콘텐츠 복합단지로 변경하면서 세 차례 사업 계획을 변경했다. 사업 계획 변경 승인권을 쥔 경기도는 심의 과정에서 특혜 시비에 휘말릴 것을 염려해 여러 차례 계획 승인을 반려했다.

문제는 완공 기한이 늘어지면서 공사비는 물론 지체보상금까지 증가했다는 점이다. 당초 완공 목표 시점인 3년 전과 비교하면 공사비가 30% 이상 올랐다.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1조2000억원 규모였던 총사업비는 1조8000억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완공 기한을 지키지 못해 CJ라이브시티가 내야 할 지체보상금은 1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에 완공 기한 연장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체보상금도 CJ 측에서 부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CJ라이브시티를 비롯해 지분 90%를 보유한 모회사 CJENM은 재무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CJ라이브시티는 설립 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이 진행돼 현금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CJ라이브시티가 CJ ENM으로부터 빌린 차입금만 349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은 4599억원에 달한다. 올해에도 CJ ENM으로부터 599억원을 빌렸다. 차입 기간은 약 1년으로 내년 5월 상환이 예정돼 있다. 모기업인 CJ ENM 역시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733억원에 달하는 등 자금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2조원대로 늘어난 순차입금 역시 현금창출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급기야 CJ라이브시티는 공사 재개를 위해 지난 10월 국토교통부가 10년 만에 재가동한 민관 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에 사업협약 조정을 신청했다. PF 조정위는 정부가 PF 부실화를 예방하기 위해 정상화 대상 사업지를 선정해 이해관계를 조정해 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조정안엔 ▲사업기간 연장 및 지체보상금 면제 ▲일부 사업부지 사업 협약 해제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의 요청이 담겼다.

사업의 명운은 경기도의 선택에 달리게 됐다. 조정위가 조정안을 내놓을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강제력이 없어 경기도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은 어렵다. 조정위가 이달 중 CJ라이브시티 사업의 조정 요청 사항을 최종 검토한 후 발표하면 구체적인 사업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는 과거 2012년 최초의 조정위 운영 당시에도 남양주 별내복합단지와 판교 알파돔시티 등 다수의 사업장에 대해 적극 조정에 나서 성공을 거뒀다”며 “사업 협약 조정이 완료되면 CJ는 대내외 투자 유치와 금 조달 확보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조정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CJ라이브시티는 사업 추진 동력을 잃어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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