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공식 통보 왔다” 밝혀, 곧 계약 가능성 높아···케이캡 11월 누적 처방액 1432억원 
보령, 1500억원 케이캡 추가 시 내년 매출 1조 달성···수익성은 미지수, 대웅·제일과 경쟁 필수
AZ, 내년 상반기 포시가 철수 선언···제네릭 한미·아주·종근당, 오리지널 품목과 경쟁 예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보령(구 보령제약)에 경영호재가 2건 발생, 내년 매출 증대에 유리한 고지를 점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연간 처방액이 1500억원 규모인 ‘케이캡’ 공동판매 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또 아스트라제네카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 공급 중단으로 제네릭(복제약) 중 상위권인 보령 품목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전망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말 종근당과 공동판매 계약이 종료되는 케이캡 파트너를 어느 업체로 결정할지 저울질을 진행해왔던 HK이노엔이 보령과 계약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보령은 이노엔과 계약은 확정됐고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령 관계자는 “11일 오후 HK이노엔으로부터 계약 관련 공식 통보가 왔다”며 “국산신약 개발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는 보령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HK이노엔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이노엔 관계자는 “보령과 케이캡 계약을 논의 중”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도 (계약 시점을) 예상하지만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처럼 보령과 HK이노엔이 사실상 내년 1월부터 케이캡 공동판매 계약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매출 등 보령 경영에 미치는 여파가 주목된다. 알려진대로 케이캡은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기존 치료제 시장을 주도해온 PPI(프로톤펌프억제제) 계열 약물에 맞서 2019년 3월 출시된 품목이다. 원외처방금액 기준 케이캡은 2019년 304억원, 2020년 771억원, 2021년 1107억원, 2022년 132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11월 말까지 1432억원 처방액을 달성했다. 올해 전체로는 1500억원이 넘는 처방액이 예상된다. 

단, 모든 케이캡 처방액이 보령 매출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종근당은 케이캡 매출에서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구강붕해정을 공동판매 대상에서 제외했고 시점으로 계산하면 일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참고로 HK이노엔은 케이캡을 종근당에만 납품했고 종근당은 이를 유통업체와 병의원에 공급했다. 이처럼 HK이노엔이 종근당에 적용한 케이캡 공급 방식을 보령에 유지하고 여기에 구강붕해정을 포함시키면 당장 내년 보령 매출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1500억원은 올해 실적이고 초기 적응 기간을 제외하면 내년부터 그 이상 매출도 올릴 수 있는 품목이 케이캡”이라며 “HK이노엔과 보령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호흡을 맞추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령이 3분기 누적 6284억원 매출을 올려 올해 전체 8500억원 전후를 기록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여기에 내년 케이캡 매출을 더하고 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당초 예상했던 2025년에 비해 1조 클럽 가입을 1년 당길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하지만 단순 수치로 예상할 수 없는 부분도 업계에는 적지 않다. 우선 수수료가 핵심이다. 이미 HK이노엔은 적은 수수료를 지급할 제약사와 케이캡을 공동판매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종근당을 제치고 보령과 계약을 추진하는 현재 상황은 향후 보령이 지급할 수수료를 짐작케한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생산하지 않고 판매만 하는 ‘상품’은 영업이익이 적은데 여기에 수수료까지 적게 받으면 보령의 케이캡 수익성은 예상보다 더욱 낮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보령은 논의 과정에서 수익성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웅제약 ‘펙수클루’에 이어 내년 하반기부터는 제일약품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자스타프라잔’이 출시될 가능성이 예고된 상태다. 시장은 한정적인데 경쟁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면 자연스럽게 1위 품목 케이캡 매출도 위협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처방을 이끌어내는 영업력이 내년에는 더욱 절실하게 된다”며 “보령은 최대한 현실을 반영한 전략을 세워야 매출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케이캡 계약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공급 중단도 보령에 호재로 작용될 전망이다. 실제 아스트라는 내년 상반기부터 포시가 국내 공급을 중단하며 회사의 포트폴리오 전략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스트라 관계자는 “(공급 중단이) 제품 안전성 및 유효성과는 관련이 없다”며 “내년 상반기 중 어느 시점에 중단할지는 결정이 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단, 아스트라는 복합제 ‘직듀오’는 공급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중단 결정과 관련, 아스트라는 보건당국과 환자보호 방안을 포함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향후 환자와 의료진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초 포시가는 지난 4월 초순 특허만료와 함께 진입한 제네릭 제품 영업과 약가인하, 이에 따른 약가소송 등이 겹치면서 일정 수준 변화가 예상됐던 상황이었다. 참고로 오리지널 품목은 제네릭 제품이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될 경우 일정 수준 약가 인하가 규정돼있다. 4월 포시가 특허만료 이후 시장에 진입한 제네릭 제품 60여개 중 보령의 단일제 ‘트루다파’ 매출은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시사저널e가 입수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과 5월 포시가 제네릭 중 원외처방이 가장 많았던 품목은 트루다파로 집계된 바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같은 흐름은 최근에도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들어 11월 말까지 트루다파 매출은 19억원으로 확인됐다. 이어 한미약품 ‘다파론’ 15억원, 아주약품 ‘다파릴’ 12억원, 종근당 ‘엑시글루’ 11억원, 동아에스티 ‘다파프로’ 8억원이 뒤를 이었다. 향후 핵심은 내년 상반기 포시가 공급이 실제 중단된 후 시장 변화 상황이다. 이른바 SGLT-2 억제제로 불리우는 시장에서 500억원 규모 포시가 공급 중단이 미칠 여파가 크다는 전망이다.   

현재로선 포시가와 매출 1위를 다퉜던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과 대웅제약 ‘엔블로’, 트루다파 등 오리지널과 제네릭 제품 혼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공교롭게 보령은 내년부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대웅제약과 경쟁을 새롭게 해야 하는데 SGLT-2 억제제 시장에서도 대웅제약과 본격 경쟁이 전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당뇨약 시장 자체가 복잡한데 여기에 내년 상반기 포시가가 철수하면 500억원대 매출을 놓고 오리지널과 제네릭 품목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며 “4월 발매 직후 활발했던 제네릭 영업이 내년 초 본격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시장 전망은 기존 제품 위주로 진행되는데 올해도 그랬지만 당뇨약 시장은 예상 자체가 힘들다”면서 “SGLT-2 억제제 시장은 단순히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 경쟁으로 보기도 애매해 자세하게 분석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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