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스·마이바흐와 경쟁···동급 최대 실내공간 앞세워
올해 3년 연속 판매 최고기록 경신 유력···“내년엔 EWB에 기대”

/ 사진=최동훈 기자
벤틀리모터스코리아가 12일 서울 동대문구 소재 벤틀리 타워에서 사전공개한 벤테이가 EWB. / 사진=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폭스바겐그룹의 럭셔리카 브랜드 벤틀리가 브랜드의 유일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벤테이가(Bentayga)의 신모델을 추가 도입해 내년 신기록을 넘본다.

벤틀리모터스코리아(이하 벤틀리 코리아)가 12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브랜드 전용시설 벤틀리 타워에서 초대형 SUV ‘벤테이가 EWB’를 사전 공개했다.

벤테이가 EWB는 지난 2017년 벤틀리의 첫 SUV 모델인 벤테이가가 한국에 출시된 후 6년 만에 선보이는 확장형 모델이다. 축거(휠베이스)가 기존 모델 대비 180㎜ 연장돼 더 넓은 탑승공간을 조성한 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차별점이다. 차량 이름에 쓰인 EWB도 ‘확장된 축거’를 뜻하는 영단어 ‘Extended Wheelbase’를 의미한다.

벤틀리는 벤테이가 EWB에 신규 사양을 대거 적용해 사실상 벤테이가와 별개 모델에 준하는 수준으로 차별화했다. 벤테이가 EWB는 벤테이가에 적용된 구성품 중 언더플로어, 사이드 패널, 탑승문, 루프 등 2500가지 요소를 새롭게 설계해 새로운 이용경험을 제공한다.

/ 사진=최동훈 기자
벤테이가 EWB의 1열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버튼으로 문 닫고, 2열시트 진화 “전세기 같은 편안함”

이 중 2열 탑승문을 버튼 조작으로 닫을 수 있는 기능 ‘파워 클로징 도어’가 브랜드 최초로 적용됐다. 탑승문에 또한 모터가 장착돼 조금만 힘을 줘도 묵직한 문이 쉽게 열리고 닫힌다.

2열 시트와 이에 적용된 각종 신규 기능은 벤테이가 EWB의 주요 특장점이다. 전세기 좌석을 모방해 개발한 2열 에어라인 시트(선택 사양)는 더욱 두툼한 등받이 쿠션(볼스터)과 하단 쿠션을 갖췄다. 릴렉스 모드를 작동시키면 등받이가 뒤로 40도까지 젖혀지고 1열 시트 후면부에 장착된 발판이 전개된다.

자세 조정 시스템은 차량 운행 중 탑승자 자세가 바뀔 때 마다 시트 표면에 다르게 가해지는 압력을 실시간 감지해 177가지 자세 변화에 맞춘 시트 조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장시간 탑승해도 몸이 덜 피로해지도록 적용된 기능이다.

/ 사진=최동훈 기자
벤테이가 EWB의 2열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이날 행사 현장에서 차량을 소개한 크리스티안 슐릭 벤틀리 코리아 총괄상무는 “에어라인 시트를 탑재한 벤테이가 EWB는 도로 위 일등석 프라이빗 제트기”라며 “신규 기능을 작동시키면 탑승하는 동안 조금씩 시트가 움직이는데 탑승자는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고 탑승한지 3시간 뒤에 내려도 전혀 허리가 아프지 않고 편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라인 시트는 이와 함께 실내 온도, 시트 표면 습도 등을 실시간 측정해 에어컨이나 히터, 시트 열선·통풍 기능을 부위별로 독립 제어할 수 있는 자동 온도 감지 시스템이 적용됐다. 벤틀리 코리아는 “자동 온도감지 기능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벤테이가 EWB의 엔진룸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벤테이가 EWB의 엔진룸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550마력 발휘하는 ‘스포츠카’···“240억가지 사양조합”

강력한 주행성능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두고 있는 벤틀리는 벤테이가 EWB의 아늑함 뿐 아니라, 우수한 구동력을 확보하도록 개발했다. 벤테이가 EWB는 이에 따라 직렬 8기통의 4.0L 배기량을 갖춘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조합해 최고출력 550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6초만에 도달할 수 있어 ‘스포츠카’에 가깝다는 평가다.

벤틀리는 이와 함께 48V 전자식 안티-롤 컨트롤 시스템(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을 비롯해, 앞바퀴와 뒷바퀴를 속력 범위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회전시킬 수 있는 전자제어식 올 휠 스티어링을 탑재했다. 차량은 이 같은 사양을 바탕으로 우수한 코너링, 고속 안정성을 발휘할 수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벤테이가 EWB에 탑재된 컨트롤러를 통해 2열 릴렉스 모드를 시연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이밖에 벤틀리는 차량에 240억가지의 서로 다른 사양 조합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나만의 차’를 원하는 국내외 고객 수요를 겨냥한다. 벤테이가 EWB는 사양 구성에 따라 아주르, 뮬리너의 두가지 하위 모델로 출시된다. 아주르는 22인치 휠을 장착하고 플래그십 세단에 적용한 것과 동등한 인테리어를 갖춘 모델이고, 뮬리너는 전용 디자인 요소와 함께 에어라인 시트 등 최고급 옵션이 기본 적용되는 최상위 버전이다. 부가세를 포함한 차량 사양구성별 시작가는 아주르 3억4030만원, 뮬리너 3억9390만원이다.

슐릭 총괄상무는 “벤테이가 EWB는 다양한 사양 구성과 넓은 실내 공간을 비롯해 퍼포먼스, 기술 등 모든 측면에서 브랜드 정점에 놓인 모델”이라며 “직접 운전하거나 운전사를 둔 고객 모두에게 좋은 차”라고 설명했다.

벤틀리 국내 판매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벤틀리 국내 판매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벤틀리 “벤테이가 EWB, 내년 판매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

벤틀리 코리아는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벤테이가 EWB를 투입해 연간 판매 신기록 행진에 추진력을 보탤 방침이다. 벤틀리 코리아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748대를 판매해왔다. 이달 27대만 판매해도 지난해 판매량(775대)과 같은 기록을 세운다. 이를 넘어선 수준으로 판매하면 올해 3년 연속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한다.

벤틀리 코리아는 2020년 코로나19 창궐 후 부유층, 법인의 소비 대상이 럭셔리카로 집중되는 추세에 힘입어 판매실적을 급격히 늘리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시장 중 한국이 벤틀리 차량 판매 1위 국가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도 한국의 1위 등극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슐릭 상무는 “아직 올해가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한국이 (아태 권역 내) 강력한 시장 포지션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도) 당초 판매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는 경로를 밟고 있고, (아태지역)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슐릭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총괄상무가 벤테이가 EWB 프리뷰 행사에 참석해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크리스티안 슐릭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총괄상무가 벤테이가 EWB 프리뷰 행사에 참석해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내년부터 고객에게 인도될 벤테이가 EWB는 이 같은 한국 시장 성장세에 더욱 힘 실어줄 모델로 내부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벤틀리 코리아는 그간 벤테이가를 비롯해 플라잉스퍼, 컨티넨탈 등 세가지 모델을 판매해오며 모델별 판매량을 전체 실적의 3분의1씩 할애하는 것을 목표로 영업을 펼쳐왔다. 균형있는 제품군 구성을 통해 고객들을 두루 만족시키려는 목적이 담긴 세일즈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은 또한 벤틀리가 다른 두 세단 모델에 비해 늦게 출시된 벤테이가에 적지 않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벤테이가는 ‘럭셔리카=세단’이라는 업계 불문율을 깨고 실용성과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고객을 만족시켜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크고 넓은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한국에 벤테이가 EWB가 도입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벤테이가 EWB 아주르. /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벤테이가 EWB의 사양구성별 모델 중 하나인 아주르. /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같은 가격대의 동급 경쟁 모델로 람보르기니 우루스,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GLS 등이 꼽힌다. 벤틀리는 이 중 벤테이가 EWB가 가장 큰 실내 규모를 갖추고 브랜드 고유의 사양 구성과 디자인 감성을 갖춘 점을 경쟁 포인트로 삼았다.

슐릭 총괄상무는 “벤틀리는 판매대수보다 (상품, 서비스의) 질에 더욱 집중하는 브랜드로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수요를 기반으로 목표를 달성 중”이라면서도 “벤테이가가 내년 판매목표 달성에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벤테이가 EWB의 제원표. /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벤테이가 EWB의 제원표. /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