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3분기 중국 판매량 급감···글로벌 호황에도 중국선 후퇴
일본 재진출 2년 됐지만 부진 계속···올해 판매량 400여대 그쳐
일본·중국산 자동차 한국선 날개 달아···토요타 부활 및 중국산 전기차 판매 급증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이 전기자동차 시대를 맞아 새 판짜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중국·일본 자동차 시장의 대(對) 한국 수출입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경우 아직 중국, 일본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비해 중국과 일본산 자동차는 한국서 판매가 증가하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현대차 중국 판매(도매 기준)는 5만6000대로 전년대비 33.8% 감소했다. 현대차는 유럽, 한국, 북미 인도, 중남미 등 대부분 지역에서 판매가 늘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에선 판매량이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 판매량은 2만1000대로 전년대비 11.1% 감소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차·기아 중국 시장 부진은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다. 사드 사태 이전인 2016년 현대차·기아는 중국에서 178만여대를 판매했으나 3년 뒤인 2019년엔 90만대에 그치며 반토막이 났고, 지난해엔 34만9000대까지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와 전기차를 앞세워 중국 시장서 반전을 노렸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 현지 기업들이 정부 지원 아래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어 빈틈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사업은 수익성 제고와 이미지 개선을 추진해 반전을 도모할 계획”이라며 “수익성은 공장 생산능력 및 라인업 효율화를 통해 추진하고, 고급 차종 및 SUV 위주로 라인업 정비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N 브랜드를 중심으로 현대차 기술력을 집대성한 고성능 차종들로 차별화 전략 구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2월 일본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 재도전하는 것은 2009년 말 철수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12년간 현대차는 다양한 형태로 (일본시장 진출) 고민을 계속해왔으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객과 마주보기로 결심했다”며 “일본 시장은 배워나가야 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도전해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일본 시장에 재진출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현대차 판매량은 422대로 점유율은 0.15%에 그쳤다. 이는 중국 BYD(1237대)의 3분의 1 수준이며 애스턴마틴(411대)과 비슷한 판매량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와 넥쏘 등 친환경차만 판매 중이며, 100% 온라인 판매라 점유율 확대가 예상보다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 대중차 시장은 현지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수입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현대차가 장악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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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등 전용 전기차 외에 파생 전기차, 고성능 전기차, 소형 전기차 등을 일본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며 “광고를 보고 구매하는 마케팅 전략보다 렌터카나 카셰어링 등 생활 속에서 직접 경험하고 스며들게 하면서 스스로 구매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일본차 국내서 부활···중국산 전기차도 흥행

현대차·기아가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데 비해 일본과 중국 자동차는 한국에서 날개를 달고 있다.

일본차의 경우 올해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가 부활에 성공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일본 브랜드 판매량은 2만1027대로 전년대비 37.3% 증가했다. 점유율도 지난해 6%에서 올해는 8.6%로 2.6%포인트 상승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일본 불매운동 여론이 사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토요타·렉서스가 신차를 대거 출시하면서 일본차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토요타자동차는 올해 초 한국서 8종의 신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으며, 오는 13일 출시하는 프리우스의 경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성장 동력이 이어질 전망이다. 혼다의 경우 올해 판매량이 부진하나 하반기부터 신차를 쏟아낸 만큼 향후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차의 경우 아직까지 중국 브랜드가 직접 한국에 수입되고 있진 않지만,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수입차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흥행에 성공한 테슬라 모델Y RWD(후륜구동)를 비롯해 중국 지리그룹 산하 볼보, 폴스타 등이 중국서 생산하는 전기차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중국산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국내 중국산 수입은 독일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진 상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은 5억3800만달러(한화 약 7000억원)로 독일(7억8800만달러·약 1조원) 다음으로 많았다. 중국으로부터의 전기차 수입액은 지난 2021년만 해도 2800만달러(약 368억원)에 그치며 5위였지만, 작년 1억6600만달러(약 2185억원)에 껑충 뛴 데 이어 올해도 작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전기차 업계가 현지 판매 확대를 위해 중국서 생산 거점을 늘리고 있고,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사례가 늘어나면서 향후 중국산 전기차 존재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중국산에 대한 색안경이 심했지만 전기차 시대에 중국 공장 생산 차종이 늘어나고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점차적으로 중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흐려지게 될 것”이라며 “테슬라 모델Y RWD 흥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국 가격이 싸고 상품성이 좋으면, 중국산 꼬리표를 달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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