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물량 계약 대상서 제외
의혹 관련 임원들 퇴출조치

김영섭 신임 KT 대표이사 사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김영섭 신임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8월 30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김영섭 대표 취임 후 KT가 구현모 전 대표 체제에서 불거진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 털어 내기에 나섰다. 일감 몰아주기 수혜업체로 지목된 KDFS를 ‘계약이행 불성실업체’로 지정하고, 내년부터 KT그룹의 시설관리(FM) 물량 배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최근 인사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임원도 퇴출시켰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수혜기업으로 지목된 KDFS를 내년 물량 배분 업체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KDFS는 KT와의 FM 물량 배분 계약 대상에서 제외되고, KT텔레캅의 FM 물량 입찰 과정에서 제외된다. KT텔레캅은 KFnS·KSNC·Ksmate 등 기존 FM 업체 3곳과 신규 업체 4곳이 평가 과정을 거쳐 내년  건물에 대한 FM 업무를 할당받게 될 전망이다.

이는 KT가 KDFS를 계약이행 불성실업체로 지정한 데 따른 결과다. 앞서 KT는 윤리경영실(현재 감사실과 컴플라이언스추진실로 분리) 주도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 부동산 전문 자회사 KT에스테이이트 등에 대한 내부 감사를 해왔다. 이는 검찰 수사로 도마에 오른 KT그룹의 FM 물량 배분 과정에 위법·부당한 행위가 있는지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다.

KT 관계자는 “KDFS가 KT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돼서 관련 규정에 따라 계약이행 불성실업체로 지정한 것이다. KDFS는 KT의 모든 계약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라며 “KT텔레캅도 같은 이유로 KDFS를 계약이행 불성실업체로 지정했고, KDFS는 KT텔레캅 FM 물량 입찰 과정에서도 제외가 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구 전 대표가 계열사 KT텔레캅의 일감을 FM 업체인 KDFS(대표 황욱정)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2020년부터 올초까지 KT텔레캅이 FM 업체들에 대한 품질평가 기준을 매년 변경하고 KDFS에 계약 내용에 어긋나는 일감 몰아주기를 했단 혐의다. 실제 2020년 400억원 수준이던 KDFS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847억원으로 늘었다.

검찰은 일감 배분 과정에서 본사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구 전 대표와 신현옥 전 KT 경영지원부문장 부사장 등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검찰 수사 대상엔 박종욱 전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도 포함돼 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황욱정 KDFS 대표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허위 자문료 지급, 자녀 2명의 허위 직원 등재, 외부인들에게 법인카드 교부, 건물관리 용역 물량의 재하도급 등 수법으로 약 48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 8월 재판에 넘겨졌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 대표에 대한 6차 공판기일은 오는 13일 진행될 예정이다.

내부 감사와 별개로 김 대표는 취임 후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임원들을 순차적으로 퇴출했다. 취임 이틀 만인 지난 9월 1일 박종욱 사장과 신현옥 KT 경영지원부문장 부사장에 대한 ‘부근무’ 조치를 내린 데 이어, 지난달 30일 임원인사를 통해 홍성필 KT 그룹부동산단장 상무에 대한 계약을 종료했다. 그룹부동산단은 박 전 사장이 총괄하던 경영기획부문 산하 조직으로, 박 전 사장과 홍 전 상무는 지난 7월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한편 불성실업체 지정과 관련 KDFS는 최근 KT텔레캅을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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