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검색 CP사 기사만 노출 기본값 변경
검색제휴 매체 뉴스 사실상 검색서 배제
인신협, 가처분 및 공정위 제소 대응 속도
11일 카카오 방문해 황유지 대표와 면담
카카오 “신속 검색” 인신협 “다양성 저해”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카카오가 단행한 포털 다음의 뉴스 검색 시스템 개편이 뉴스 다양성과 언론 생태계를 해칠 것이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인터넷 언론단체인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법적 대응 및 경쟁 당국 제소를 시사하며 원상 복구를 요구하고 나섰다. 

11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는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뉴스검색 기본값 제한으로 콘텐트 제휴사(CP사)를 제외한 1000여개 검색 제휴 언론사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의춘 인신협 회장은 “검색 제휴사들은 이번 다음의 폭거로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검색차별이 고착화될 경우 대다수 중소언론사들은 생존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미디어산업과 공생 발전해온 다음이 스스로 미디어시장을 황폐화시키고, 사다리를 걷어차는 무책임한 횡포”라고 규탄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다음 뉴스 검색페이지에서 CP사 기사만 노출되도록 기본값을 변경했다. 이로인해 검색제휴 매체 기사는 뉴스 검색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인신협은 우월적 지위의 포털사업자인 카카오가 인터넷신문과 지역신문사들을 차별한 사안이자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출판의 자유, 국민들의 알권리를 무시한 사건으로 본다. 

이 회장은 “우리는 시급히 카카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로 제소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카카오의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사항에 대한 검토와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그간 카카오에 원상복구를 강력 촉구했으나 상응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에 강력한 법적 대응과 투쟁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경민 인신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카카오 조치에 대해 “인신협 뿐 아니라 지역언론, 인신협에 가입돼 있지 않은 다른 인터넷 언론사와 제휴해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법적 조치는 물론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회와 함께 기울어진 포털과 인터넷 언론사 간 계약관계도 재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11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사진=최성근 기자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11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사진=최성근 기자

인신협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후 카카오 본사에서 다음 포털 및 검색 플랫폼 사업을 총괄하는 황유지 다음CIC 대표와 면담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인신협 측은 주로 검색 개편의 부당함을 지적했고, 카카오 측은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개편 이후 성과를 지켜본 뒤 인터넷 언론사 의견을 감안한 새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 참석한 인신협 관계자는 “카카오 측은 검색 비율이 훨씬 높은 CP사 기사를 빨리 찾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편했다고 했고, 우리는 다양성 측면에서 맞지 않단 점을 지적했다. 뉴스를 신속하게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언론사들은 자기만의 색깔있는 기사들도 많이 쓴다. 이를 막는 것은 뉴스 다양성, 서비스 이용자 편의를 제약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반론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 측은 이달까지 개편 이후 데이터를 보고 다음번 개편 때는 오늘 방문에서 나온 여러 지적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오늘 뭔가 결론이 난 것은 아니고 가처분 소송 진행도 봐가며 카카오 측에서 다음 스텝을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신협은 지난 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카카오가 다음뉴스 검색 결과 기본값을 CP로 제한한 결정을 중지토록 해달란 가처분을 신청했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 까진 6~8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신협 관계자는 “검색제휴사 입장에선 제휴평가위원회 평가를 통과해 검색제휴사가 됐다. 어떤 자격과 권한을 갖고 입점했는데 이런 회사들을 일방적으로 디폴트값을 바꿔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심각한 계약위반 문제도 있다. 공정위와 이런 부분을 다퉈볼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내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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